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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에 머리 대고 버텼다…연기 뒤덮은 7층서 기적 생존

<앵커>

사상자가 많았던 호텔 7층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습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객실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틈을 수건으로 막은 뒤 샤워기를 틀어놓고 계속 버틴 끝에 구조된 겁니다.

이 내용은 정성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간호학과 4학년 대학생 A 씨는 인근 병원 실습을 위해 이 호텔에 투숙했습니다

불이 난 810호 인근 806호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A 씨는 비상벨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A 씨/806호 투숙객 :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현관을 여니까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혀 앞이 안 보였어요. 건너편에도 방이 있잖아요. 숫자조차 안 보여서….]

창문을 열었지만 이미 건물 외부도 연기로 가득 찬 상황, A 씨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선택했습니다.

[A 씨 어머니 : 119에 통화를 하니까 119에서도 연락해서 화장실에 있으라고 했대요.]

A 씨는 화장실 문틈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었습니다.

하지만, 소방대원들이 수색 과정에서 객실 내부에 있는 A 씨의 존재를 알지 못해 구조가 늦어지면서 A 씨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A 씨/806호 투숙객 : (구조대가) 똑똑 두드리니까 문을 열려고 했었단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손잡이가) 너무 뜨거워서, 다시 (입을 수건으로) 막고 화장실에 가서 있다가 기절을 했는데….]

[A 씨 어머니 :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다시 내려오신 거예요.]

딸이 방 안에 있다는 부모들의 간절한 연락이 닿아 극적으로 구조됐고, A 씨는 구급차에서 깨어났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환풍구를 통해서 유독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물을 틀어 놓으면 열기도 식혀주고, 화염도 화장실 쪽으로 오지 않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일 뿐 불이 나면 물수건으로 호흡기를 보호하며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습니다.

A 씨 방의 바로 맞은편 807호에 투숙하고 있던 두 사람은 에어매트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생사가 엇갈렸습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김용우,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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