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성폭력 신고하자 "왜 따라갔나?"…졸업 후 열린 학폭위

<앵커>

한 중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 교사는 학교나 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졸업한 뒤에야 처음으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다그치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먼저, 사공성근 기자입니다.

<기자>

김 모 양이 동급생 A 군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4월입니다.

김 양에게는 처음 만난 남자친구였는데 동의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 이어졌습니다.

[김 모 양/피해 학생 : 중학생 정서에 맞지 않는 스킨십을 하려고 하니까, 그때마다 거절했단 말이에요. (A군이) '이러는 게 싫으면, 네가 다른 할 걸 생각해 오라'고….]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 양은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양/피해 학생 : 저를 강제로 힘으로 밀쳐서 옥상 바닥에 눕힌 거예요. 손을 옷 안으로 넣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걔 뺨을 때리고 떨어졌단 말이에요.]

혼자 고민하던 김 양은 학교의 한 선생님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처음 알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졸업식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신고받은 사람이 보호자와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신고를 받은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가해자 부모에게만 알린 겁니다.

2월에는 A 군이 다른 여학생을 불법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단체 대화방 등에 유포했다는 동급생들의 제보가 피해자와 해당 중학교에 들어왔습니다.

학교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지만 A 군이 휴대전화 공개를 거부하면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부모가 강하게 항의하면서 피해자와 A 군이 모두 고등학생이 된 뒤에야 교육청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처음 열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선 2차 가해성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인근 학교 교장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요즘 학생들은 신체 터치는 동의하지 않나?", "옥상에서 뭘 요구할지 예측이 되는데, 따라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왜 진작 신고하지 않았냐?"며 피해자를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성인들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딸도 당하면 똑같이 얘기할 수 있을까요?]

당시 학폭위에 A 군은 인근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인 어머니와 함께 출석했습니다.

A 군은 "연인 간의 스킨십으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강시우,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이종정)

▶ 휴대전화도 안 보고 '혐의 없음'…불법 촬영 신고는 무시
▶ "자기 딸 당해도 이렇게?"…학교도 경찰도 외면한 성범죄 (풀영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