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심각한 인구 문제의 해법을 짚어보는 SBS 연중 기획. 오늘(13일)은 당연한 권리지만 여전히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육아 휴직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직장인 5명 가운데 1명은 육아 휴직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육아 휴직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먼저 그 실태를 손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형 카페에서 9개월 넘게 일한 A 씨.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한 뒤 대표 부부와 면담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 남편은 사직을 요구했습니다.
[대표 남편 : 왜 그런 걸 왜 하는 거야 우리한테. 그냥 퇴사하라니까! 권고사직 해줄 테니까 그냥 퇴직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대표 남편 : 야! XXX야. 여기가 무슨 대기업이야 이 XXX아? 야, 적자나 죽겠는데 이 XXX아! 야, 이 X같은 X아, 야 니 남편 오라 그래 XXX아!]
A 씨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A 씨 : 제가 이 상황에서 다시 나가서 근무할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전 진짜 너무 두렵거든요.]
대표 남편은 욕설한 걸 사과하면서도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대표 남편 : 4대 보험도 있고 연차·월차도 줘야 한다고 하고, 거기다가 퇴직금이 10개월 (근무)이면 안 줘도 되는데….]
경찰과 노동청 조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육아휴직을 승인했습니다.
A 씨 경우처럼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당해 노동청에 신고된 사례는 지난 5년간 641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23건뿐인데, 노동청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인 업체 입장을 고려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중소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B 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회사가 육아휴직이 배제된 휴가 안내문에 서명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B 씨 : 전 직원이 사인했는데 저만 비동의를 했어요. 비동의한 사례가 제가 처음이었거든요.]
이후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B 씨 : (대표가) '돌아왔을 때 너가 있을 자리가 어디 있을까?'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300명 이상 사업체 절반은 육아휴직 사용 실적이 있지만, 업체 규모가 작아질수록 낮아져 5~9명 사업체에서는 육아휴직 사용 실적이 고작 6%에 불과합니다.
영세 업체일수록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건데, 그래서 육아휴직을 신청만 하면 사업주 승인이 없어도 자동 개시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미정/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법률지원팀장 : (육아휴직) 신청에 들어가면 승인이 없어도 자동 개시될 수 있는 조항으로 변경돼야 한다….]
육아휴직 미이행 사업주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사업주들이 이거를 모를 리 없거든요.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차라리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경영상 훨씬 더 유리하다 (보는 것입니다.)]
반면 이를 보장하려는 영세업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황인석·김승태·하 륭·강시우, 영상편집 : 박기덕, 디자인 : 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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