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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방지법 상정…다가오는 '이재명 결단의 시간' [취재파일]

선거제도 개편,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듣는다 ③ -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 김영배 의원

위성정당방지법 상정…다가오는 '이재명 결단의 시간' [취재파일]
지난 총선 위성정당 난립으로 비판 받은 국회는 내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4개월 여 앞두고서야 '위성정당방지법'을 논의한다. 위성정당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각계 지적이 4년 내내 반복돼왔지만, 국회 정개특위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은, 정개특위 소위에 법안을 상정하고 논의는 해보겠으나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 선거 방식을 병립형으로 돌리면 위성정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이 법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관련 격론이 오간 야당 지도부도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위성정당방지법을 통과시킨 뒤 이를 전제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내야한다'는 민주당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상황이라, 당 지도부는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형국이다. 21대 국회 최초의 '위성정당방지법' 논의는 이처럼 정략적 이해관계가 빚어낸 자기장 속에 위태롭게 위치해있다.

그럼에도 내일은 21대 국회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역사적인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양당이 공식 테이블에서 위성정당방지법의 통과 가능성을 가늠한 뒤에는,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는 각계의 압박이 한층 더 거세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제 논의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인터뷰 해 온 SBS는 이 변곡점을 앞두고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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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입법권 사유화, 대국민 사기" 이탄희가 분노한 이유
▶ [취재파일] '협상파' 자처했지만…"소신은 감사하나 '연동형'은 어렵다"
 

"부끄럽고 참담…민주당, 이제는 현실적 고민 시작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영배 의원은 21대 국회 4년 동안 정개특위에 몸담았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깊숙이 관여해온 그는 지난 4월 국회 전원위원회에도 출석해 생산적 논의를 촉구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위원 여러분, 서울대를 졸업하고 고향 포항에서 30여 년간 일곱 번을 낙선하고 과메기를 공천해도 허대만은 이긴다 했던, 허대만 동지 기억하십니까? 그의 유지를 특히 우리 더불어 민주당은 어떻게 받들고 있습니까? 우리가 과연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의힘 위원 여러분,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청년들과 수많은 또 다른 허대만이 국민과 함께 정치를 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도 또다시 당리당략과 우리의 기득권 때문에 이 낡은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민들도 버리겠지만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전원위원회 민주당 김영배 의원 발언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정개특위 협상을 이끈 그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은 협상 상대방인 여당의 요지부동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면서도, 여러 차례 부끄럽고 죄송하고 참담하다는 단어를 썼다.
"아직까지도 결실을 못 맺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께 정말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정개특위 간사로서 당 지도부 간의 기득권 싸움으로 인해서 한 발도 전진하고 있지 못한 현재 상황이 정말 참담합니다.
특히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전원위원회를 나흘간 열고 100명의 국회의원이 토론을 했고 공론조사를 통해서 국민의 뜻을 다 확인한 마당에 지금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협상에 아예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하고 있고, 만약에 현재 법대로 간다면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 개혁은 둘째 치고, 정치를 기득권 잔치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재 상황이 너무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국민의힘이 꿈쩍도 안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도 솔직히 너무 답답합니다. 당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만, 당 내부에 팽팽한 그런 대립 논의가 진행이 아직 해결을 못하고 있어서 정개특위 간사로서는 무척 죄송하고 답답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답답하다는 김 의원은 그러나, 펼쳐질 현실에 대해서는 매우 분명한 인식을 드러냈다. 내일 정개특위 소위가 열린다 해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방지법 처리를 반대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이제는 민주당의 선택이 정말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내일 정개특위 이후, 민주당 내부의 선거제 관련 논의가 더욱 격렬히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국민의힘이 아예 협상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위성정당방지법을 정개특위 소위에 상정하는 데까지는 동의를 했는데요. 실제로는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인 걸로 압니다. 답답하긴 하지만 한 발 한 발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전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고요. 병립형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아예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까지 공언하고 있는 상대 태도로 볼 때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는 민주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이번 선거를 그냥 치르는 방법입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이 과반수를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큰 고민이고요. 또 하나는 병립형으로 국민의힘과 합의를 봐서 되돌아가는 경우입니다. '개혁을 거꾸로 되돌렸다'라고 하는 비판, '역사에 죄를 지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선거제 합의 통과를 위해 그렇게라도 할 것이냐는 고민이 있습니다."

명분론ㆍ현실론ㆍ절충론…세 가지로 정리된 당내 의견

국회/선거제도

사실 현재 선거제 논의의 핵심인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다음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나올 일이 없는 대다수 현역 의원들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주제다. 때문에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소수고, 논의의 갈래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며 선거제를 명분으로 한 초선 의원 이탄희의 불출마 선언까지 나오게 됐다. 제자리를 맴돌던 민주당 내 논의는 지난주 급물살을 탔다. 김 의원은 지난주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당내 의견이 명분론과 현실론, 절충론의 세 가지로 정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의총에서도 드러났지만, 민주당 내부에 상당히 다양한 논의가 진행돼왔는데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 것 같습니다. 먼저 '정치는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과반을 하든 못하든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자'라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명분론) 반면,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부 심판 선거로 만들어야 될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단독 과반으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병립형으로 회귀하더라도 이번 선거를 양당 구도의 윤석열 심판 선거로 만들자'라고 하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현실론) 그러다가 지난 의총에서 제3의 대안으로 새롭게 나온 안이 '국민들께 사과를 하더라도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가되 민주당이 개혁 비례 신당에 참여하자'는 것입니다. 사실상 위성정당을 만드는 꼴이기는 하지만, 연동형 약속을 지키면서도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만들어가기 위해 진보 진영이 단결하는 방식이지요. 사실상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께 사과를 하고 이번 선거에 임하자라고 하는 주장입니다. (절충론)

김 의원은 당내 이견이 팽팽하지만, 협상 당사자로서 여당과 합의할 수 있는 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명분은 포기하지 않되, 국민의힘의 요구 조건도 제도에 녹여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국민 공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선호하지만 비례대표제에서는 비례성이 훨씬 더 강화되는 형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치권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서 연동형 비례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와 함께 좀 더 양당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절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고민도 있습니다."
 

협상의 키워드는 '다양성'과 '기득권 포기'

김영배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그러면서 막판 협상 과정에서 가져갈 두 가지 키워드를 내비쳤다. 비례성 확대를 통한 '정당의 다양성 보장'과 '양당 기득권 포기'다. 구체적으로 비례 의석에 소수정당의 몫을 보장하는 '캡 씌우기' 방안을 제시했다. 거대 양당이 가져갈 수 있는 비례 의석에 제한을 두는 이른바 '캡 씌우기' 방식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총선에서도 있던 장치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더라도 이 방식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제도 협상에서는 거대 양당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양성과 비례성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목소리가 좀 더 담길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일정한 숫자를 정해서 소수 정당들이 진출할 수 있는 구획을 지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결국 양당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요.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의 결단이 지금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시기가 왔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캡 씌우기 방식'과 함께 21대 국회에 진출한 정의당 등 소수정당은 국민이 체감하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선거를 앞두고는 눈꼴 사나운 내홍까지 연출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류호정 의원이 금태섭 의원과 '새로운선택'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정의당은 탈당하지 않고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안 그래도 몇 석 안되는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서 방출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출 보장'을 정치 문제 해결의 방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많은 시민들은 '소수정당 원내 진출이 과연 내 삶의 문제 해결에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느낄 수도 있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다양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은 극단적 대결을 해소하고 정치 발전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정치가 불신을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당의 극단적 대결 정치,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치거든요. 결과적으로 사회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치의 양극화가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정쟁만 일삼는 대결 정치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좀 더 경쟁적이고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됨으로써 정치에 좀 더 경쟁이 촉발되고, 메뉴가 다양해져서 국민들이 정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정치가 만들어졌을 때 저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성의 확보. 이것이 현재 선거제도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치개혁의 핵심은 결국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그런 선거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결국은 다양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좋은 정책의 실현돼야만 국정이 안정되고 발전하는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아노미" 우려에 "국민을 믿어야…이제 중요한 건 속도"

'정당의 다양성 보장'을 협상의 핵심 전제로 내세울 것이라는 야당 정개특위 간사의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진보진영에서 우후죽순 신당들이 창당 됐을 때, 이들을 하나의 연합 세력으로 묶어낼 정치력이 과연 지금의 민주당에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직 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내년을 목표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도층과는 거리가 먼 조국ㆍ송영길 등의 정치인들도 연일 창당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재명 대표 지킴이'를 자처해왔던 민주 진영의 원로들도 단식 농성을 시사하며 이재명 대표에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약속을 지키라"고 다시 한 번 압박했다. 민주당 외에도 제3의 진보 세력을 규합해야만 이기는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단독] "병립형 회귀 땐 단식도 검토"…재야 원로들의 정치적 청구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은 깊다. 한 친명계 지도부 의원은 SBS에 "연합 비례정당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자칫하면 통제도 안 되고 표만 분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도부 입장에선 이런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송영길 전 대표에 이어 이낙연 전 대표까지,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는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섣부른 준연동형 유지는 민주 진영에 '정치적 아노미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협상 당사자인 김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국민을 믿는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Q. '다양성'이라고 하지만,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비례정당이 중구난방 난립했을 때 '다양성'이 아니라 '아노미'가 올 수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난립한 정당들이 분열되고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리 있는 두려움'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A.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이해합니다. 다양한 세력이 난립해 분열을 촉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결국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를 가로막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국민을 믿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정말 슬기롭고 현명하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당 내에서도 개혁 비례연합정당을 고민하자는 주장이 있는 것이고, 저는 다양성을 보장한 이후에 국민적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고, 정치 신념을 우리 국민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믿습니다.

야당과의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이제는 지도부가 속도를 내 결단을 해야한다고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면서 여당이 선거제 협상에 임할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연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계기로 극한 정쟁도 예정돼있지만, 이 시기를 국민 설득의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다만 고민이 12월 28일 특검법을 처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과연 정쟁의 와중에 선거제를 합의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래서 선거제 논의가 신년으로 이어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고요. 또 신년으로 넘어가더라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또 바뀌고 비대위가 들어서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급격한 정치의 이런 변동 폭이 커서 선거제 논의가 하세월, 질질 끌리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이고 국민적 신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 통합이기도 하지만 국민들께 솔직히 보고하고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오는 '결단의 시간'…약속을 깰 때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도 우리의 끝을 알 수 없어. 또 무엇이 우리를 그 끝으로 이끄는지도 모르지. 사람은 스스로를 움직일 수 있고, 그때만이 그 사람은 진정 스스로의 게임을 시작하는 거야."
None of us know our end, really, or what hand would guide us there. That man can also move himself, and only then does that man truly begin his own game.
-영화 <킹덤 오브 헤븐> 中 예루살렘 왕 보두앵 4세의 대사

정치인의 약속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모든 약속을 지키기를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정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란 반론도 있다.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언급하곤 하는 김대중과 노무현도 어떨 때는 '약속을 지킨 정치인'으로, 어떨 때는 '대의를 위해 약속을 희생한 정치인'으로 소환된다

이 대표는 이미 국민에게 공언한 약속을 어겼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표결 하루 전 날 직접 '부결 호소문'을 냈다. 당시 이 대표는 명분 확보를 위해 장기간 단식을 하며 자신의 육신을 거는 전략을 썼다. 온갖 비판이 있었지만, 지난 가을 이재명의 단식은 '정치인이 스스로의 약속을 바꿀 땐 몸의 일부가 무너지는 정도의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재명 대표는 다시 한 번 스스로 공언한 약속을 어겨야할지 기로에 서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 14일 명동예술극장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 피해를 입은 정당들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8일, 지지자들이 주로 듣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조금 다른 말을 내놨다. "말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각하지 않으냐"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의 과거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발언은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가 위성정당 혹은 병립형 비례제 선택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제 논의와 맞물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복잡한 요구를 받고 있다. 12월 말까지 2선 후퇴를 하라는 당내 반대파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지 않으면 단식도 불사하겠다"는 '이재명 지킴이' 원로들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표가 과연 이 환경 속에서 '자신의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은 SBS에 "이 모든 것을 참으며 듣는 과정이 리더십 형성의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평가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재명 대표 스스로의 결정을 공표해야 하는 시점은 결국 피할 수 없다.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면 당 구성원은 물론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들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재명 대표는, 실제의 노력과 함께 '노력의 연출' 또한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번에는 '단식'을 통해 '정치적 노력'을 연출했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민주당 안팎 여러 '플레이어'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내놓는 카드는 총선을 4개월 앞둔 '이재명 리더십'의 요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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