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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협상파' 자처했지만…"소신은 감사하나 '연동형'은 어렵다"

선거제도 개편,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듣는다 ② -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제안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열 달여 전, 국회의원만 20년 가까이 해 온 여야의 중량급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국민의힘 김상훈·이종배·조해진·이용호 의원, 민주당 김상희·정성호·민홍철·전해철 의원,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이제는 꼭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출범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여야 의원 150여 명이 동참을 선언했고, 실질적 운영을 맡을 운영위원회도 꾸려졌습니다. 여야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김영배 의원을 비롯해, 초선으로서 정치개혁 소신을 적극적으로 피력해 온 민주당 이탄희·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등 18명이 운영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정치제도는 망국적 제도다. 지역과 진영 간 극단적인 대결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우리의 공통 숙제다.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국민의 미래를 내다보며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나의 유불리나 정당, 정파의 유불리를 넘어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어떤 제도가 나오든 전폭적으로 힘을 싣겠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
 
"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의원 이해관계, 정당 유불리를 밀도 있게 조정하는 '하드캐리 리더십'이 필요하다. 초당적으로 모인 의원들이 하드캐리 리더십 집단을 형성하는 초동주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하지만 메가톤급 정치이슈가 연달아 터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차 체포동의안 (2월), 대통령의 잇따른 법률안 거부권 행사 (5월), 여름 내내 이어진 민주당 돈봉투 사건 압수수색에 이은 강서 재보궐선거 (10월)까지. 여야를 극한 대립으로 몰아넣은 정쟁의 폭풍 속에서 '초당적 정치개혁'은 동력을 잃어갔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그럼에도 '협상파'를 자처했던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의 역할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양당 모두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 앞으로 1달 여 동안의 선거제 협상 과정에서 누군가는 파국을 막을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초부터 선거제 논의과정을 연속보도해 온 SBS는 지난주 민주당 이탄희 의원에 이어, 오늘은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의 심층 인터뷰를 싣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 '의원 정수 축소', '비례대표 전면 폐지'와 같은 강경한 주장이 나왔을 때에도, 최 의원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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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는 감사하나 연동형은 불가능"

우선 올 한 해 몸담았던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대한 자평과 함께, 현재 가장 큰 쟁점인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협상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최 의원은 "어려운 정치 환경 속에서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 준 상대 당 의원들에게는 감사하다"면서도, "현재 분위기 상 여당 입장에서는 현행과 유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Q.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의 다양한 활동이 있었지만, 아직 선거제 개편과 정치개혁의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A. 국회의원 과반이 넘는 150여 명 의원들이 참여해서 정말 모든 논의를 다 해봤습니다. 그 논의의 결과는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쉬운 것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결심하면 못할 게 없는데. 지난 1년 내내 체포동의안 문제와 당내 분열 문제가 있어서 소속 의원들 목소리가 억압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특히 민주당의 용기 있는 의원들이 '소선거구제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소신 발언을 했고, 또 새로운 논의를 주도했던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때문에 비록 이번에 그걸 완벽하게 못 이루더라도 우리가 국회 개혁의 순서를 먼저 잡고, 그다음에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어서 정말 비례성과 대표성이 보완되는 그런 선거제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Q. 함께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서 활동한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 지금 시스템에서 '연동형'은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는 방식이 아니라고 봅니다. 책임정치가 더 중요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수많은 위성정당들이 출연했을 때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연합 정치라고는 하지만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습니다. 우리 당의 논지는 확실합니다. 특히 우리가 지금 180석 가까운 거대 야당에 휘둘리면서 집권한 뒤에도 전혀 새로운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을 보자면, 여당에게는 과반 득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반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위성정당이 출현하는 '비례대표 연동형'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생각이고요. 아마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야당 지도부도 사실 속으로는 지금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소수정당 의석 보장을 얘기하는데, 정의당도 정의당 기대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신당들이 생기게 되고, 그 신당들이 표를 하나씩 나눠 가지게 되면, 정의당 역시도 어부지리로 몇 퍼센트 득표율로 비례 의석을 가져오는 건 힘들 겁니다. 정의당 스스로가 벌써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배신감을 맛보지 않았습니까?

 

"수도권 쏠림 보정할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타협 봐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 50여 명은 이탄희 의원이 중심이 되어 발의한 '위성정당방지법'에 서명을 한 상태입니다. 위성정당이 선거 이후 기존 정당과 합당할 경우, 정당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들은 민주당이 우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위성정당방지법'을 당론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꼼수 위성정당이 출현한다'는 비판을 민주당이 나서서 차단하자는 것입니다. 최 의원은 이 주장을 단호하게 평가 절하했습니다. 양당 간 깊은 불신의 골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Q. 모임을 함께하신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위성정당방지법'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법을 통해 위성정당이 방지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생각해 볼 수 있나?
A. 지난번에도 그랬습니다. 민주당은 스스로가 위성정당을 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위성정당 창당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당 핑계를 대지만 민주당은 이미 스스로 말한 원칙을 한번 어겼습니다. 제가 사적으로 이런저런 민주당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이번에도 선거 환경에 따라 위성정당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위성정당 합당 방지하고 연합정치 한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상의 위성정당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공공연히 '반 윤석열 연합 200석'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죠. 변종 위성 정당을 만들어서 200석을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현실적인 타협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를 지역구로 둔 최 의원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비수도권 지역의 대표성 문제를 들었습니다. 지방 인구 감소로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 의석이 늘어나고, 비수도권 지방 의석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뒤 비수도권 지방 몫의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서 이를 보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의 근저에는 '연합정치', '소수정당 의석 보장'과 같은 중앙정치의 담론 외에도, 수도권-지방 사이 첨예한 이익 다툼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의 의석 상당 부분이 비수도권 지역인 것을 감안하면, 이 쟁점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더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인가?
A. 양보의 문제가 아니고요. 실제로 여야가 지금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개월 전인가요? 이미 여야 원내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협상을 해보자고 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당 의원은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선거구 획정이 되면 지방 인구의 감소 때문에 수도권 선거구가 늘어나게 되고, 지방 선거구는 감소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일극주의'와 함께 수도권이 의원 정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국회 의석이 그렇게 배분이 돼버리면 비수도권 정책을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그래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서울 수도권과 인천이 포함된 <수도권>에 18석, 충청과 강원, 경북이 포함된 <중부권>에 14석, 호남과 부울경, 제주가 포함된 <남부권>에 15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합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으로 쏠렸던 의석수가 비례대표 의석에서는 다시 비수도권으로 조금 돌아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밀어낼수록 당겨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거대양당 지도부 '선거제의 딜레마'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여당 내 선거제 협상파를 자처해 온 최형두 의원까지,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는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총선 이후도 생각해야 하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준석 비례 신당' 등이 원내에 진입하는 변수를 줄여야 하고, 지난 21대 총선처럼 위성정당을 창당했을 때 성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비례 정당들의 난립을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SBS에 "조국·추미애· 송영길, 이른바 '조추송' 신당은 물론이고 '친명 호소인'들의 비례정당까지 우후죽순 출현했을 때,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컨트롤할 정치력이 있는지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젊은 의원들의 명분이 선명해 공개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당 합쳐 지지율은 60퍼센트를 조금 넘지만, 의석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양당 지도부는 속앓이를 하면서 평행선 경주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양당 지도부가 서로를 밀어내다 협상이 파국으로 끝날 경우, 다음 총선은 현행 법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틀 안에서 치러지게 됩니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원치 않는 상황이 다가오는 '선거제의 딜레마'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고매한 명분을 좇다가 국민의힘에 단독 과반을 내주고 남 좋은 일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표적입니다. 이후 이재명 대표 열성 지지층이 모인 인터넷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정치개혁은 모르겠고 이재명을 지키자"며 병립형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양당 지도부가 현실론을 들며 조용히 야합하는 것 아니냐'는 연동형 주장 세력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

이번 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검사 탄핵안 본회의 상정을 거친 뒤에는 여러 세력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한층 더 다양하게 분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도부를 향한 결단 촉구 목소리 또한 거세질 전망입니다. '선거제 백가쟁명'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상황 속, 말을 아꼈던 협상의 '핵심 플레이어'들 또한 입을 열 시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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