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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밀가루값 안정세인데…국내 식품업체들 '그리드플레이션' 의혹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오늘은 경제부 김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 기자, 익숙한 모양의 쿠키입니다. 이게 신문 기사에 등장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쿠키, 바로 오레오인데요.

위에 보시면 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얼마 전 실린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엔 오레오를 먹는 소비자들이 '쿠키 안에 있는 크림이 덜 차있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앵커>

어제 권애리 기자가 말한 슈링크플레이션에 해당하는 제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보다 좀 더 나아간 소식을 제가 전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오레오 논란이 '세계 최대의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 될 것이다'라고까지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 좀 더 살펴보면요, 미국 사람들은 우유가 손에 묻지 않게 하려고 보통 오레오 쿠키 사이의 이 크림에 포크를 찔러서 우유를 적셔 먹는데요.

요즘엔 이 크림량이 하도 적어서 포크를 찌르면 쿠키가 아예 깨져버리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오레오 제조사인 몬델리즈 측은요, 쿠키와 크림의 비율을 우리는 바꾸지 않았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전적이 있습니다.

삼각뿔 톱니 모양의 초콜릿바, 토블론이라고 불리는데요. 한 번쯤 보거나 먹어보신 적 있으시죠.

2016년에 이 초콜릿바 역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초콜릿의 톱니 간격을 더 벌리는 방법으로 중량을 줄였다가 소비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겁니다.

<앵커>

소비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업체의 해명이 맞는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제품들은 뭔가요? 이것도 업체가 양을 몰래 줄인 제품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어제 직접 우리나라 마트에 가서 제품들을 살펴본 건데요.

여러 개 묶음인 카스 맥주, 보이시죠. 원래는 375ml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용량이 370ml로 바뀌었고요.

양반김은요, 5g에서 4.5g으로 중량을 낮췄습니다.

그리고 양파링이라는 과자는 84g이 80g으로 줄어들었고, 마지막에 보이는 이 오렌지 주스, 용량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줄였습니다.

제가 제조업체에 "가격은 그대로인데, 중량만 줄인 게 맞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모두 그렇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용량을 줄인 대신 우리는 할인을 꾸준히,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원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가격을 올릴 수만은 없어서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라고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가격을 올려놓고 눈속임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죠.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벗겨도 벗겨도 포장지만 나오는 비스킷이나, 질소가 더 많이 든 스낵 등을 열 때 분노까지 느껴진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이나 중량 감소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더 신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업체가 소비자 몰래 양을 줄이는 꼼수가 앞서 언급한 슈링크플레이션인데, 이 그리드플레이션, 이건 어떤 뜻입니까?

<기자>

네, '그리드'가 탐욕이라는 단어고요.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이 섞인 합성어입니다.

기업들의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가 물가 상승을 끌어올린다는 얘기인데요.

예를 들어 원재료 가격이 올랐을 때 생각해 보시면요.

기업들이 바로 제품 가격을 올리잖아요. 그런데 원재료 가격이 내렸을 땐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상승을 시키기도 합니다.

국제 밀가루 가격을 한번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지난해엔 크게 치솟긴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정세를 찾고 있거든요. 지난해 5월 평균 가격에 비해서 현재는 50% 넘게 하락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밀가루는 빵이나 과자, 라면 등의 주원료로 쓰이죠.

그렇다면 밀가루로 만든 이 제품들도 사실은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 게 맞는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인하했다는 소식, 거의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올해 실적, 굉장히 좋습니다.

올해 상반기 농심의 영업이익,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0% 넘게 증가했고요.

빙그레가 160%, 해태제과도 75.5% 증가했습니다.

원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한다는 업체들의 해명과 앞뒤가 안 맞죠.

그래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업체들이 탐욕스럽게 이윤을 추구했다가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단속하기 전에 기업들이 먼저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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