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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괜찮아?" 마지막 통화가 됐다…안타까운 사연들

<앵커>

지난 토요일 아침 저마다 이유로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던 사람들은 사고가 나자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미처 몸을 피할 겨를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라면 1분도 안 돼서 지나갈 수 있는 지하차도였지만, 당시 빗물은 빠르고 무섭게 안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희생자들 안타까운 사연을 CJB 이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4살 안 모 양은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오송역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습니다.

사고를 당하기 직전, 범람 위기에 놓인 미호강을 지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효심 지극한 딸이었고, 평소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환자를 돌보는 훌륭한 작업치료사였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오송역으로 향하는 747번 버스에 올랐지만, 2명 모두 침수된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안 모 양 삼촌 : 미호강에 물이 찬 것을 보고 할머니가 걱정되니까 누님(엄마)한테 전화를 했죠. "할머니 괜찮으실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바로 (지하차도로) 넘어간 거고, 그게 마지막 통화였었고….]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또 다른 사회초년생인 32살 조 모 씨도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사회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조 씨는 주말이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출근을 하던 길이었습니다.

[조 모 씨 지인 : 조용하면서도 속으로는 굉장히 그런 (책임)의식이 강했던 전형적인 경상도 친구였고요.]

오늘(17일)에서야 시신이 수습된 747번 버스기사,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빗물이 차량 안으로 밀어닥치자 승객들과 탈출을 위해 유리창을 깨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버스기사 가족 : 내년, 내후년이면 끝나는(은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곧 마지막인데… 보통 뭐 힘 있는 차였으면, 전기차가 아니였으면 (지하차도를) 올라오지 않았나 싶은 거죠.]

희생자 중에는 결혼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30대 초등학교 교사와 쌍둥이 딸과 늦둥이 초등학생 아들을 둔 40대 치과의사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근혁 CJB)

CJB 이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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