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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살빼기 성지'? 확실한 다이어트 보장한다는 병원의 유혹

"한 번 먹으면 절대 못 끊어요. 내 가족이었으면 욕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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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몸무게인데도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줄까?"

이 물음에서부터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병원 줄서기부터 약을 손에 넣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자가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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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말투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느껴지는 이 문자 내용. 서울 구로구의 한 다이어트 병원 줄서기 대행업체에 연락하자 온 답변입니다. 인기 있는 다이어트 병원들은 진료를 받으려면 하루 전날부터 밤새 줄을 서야 합니다. 그래서 줄서기 대행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하루 전날에는 이런 문자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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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대신 줄선 게 들키면 안 된다면서 옷까지 맞춰 입으라고 합니다.

건물 복도 불이 켜지는 게 오전 7시. 아직 어두컴컴한 오전 6시 40분에 알바생과 교대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는 알바생이 알려준대로 약속한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척하면서 알바생과 자리를 바꿨고, 오전 8시에 대기번호 6번이 적힌 접수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는 서울 한 병원 앞 대기줄
오전 10시,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니 키와 몸무게를 재라고 합니다. 162cm, 50kg. 잠시 뒤 진료실에서 호명합니다.
"이렇게 체중 적게 나가는 분들은 치료 기간을 아주 짧게 해야 돼요. 그래서 더 노력 많이 하셔야 되고."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닌,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합니다. 심지어 탄수화물과 지방을 빼주는 약을 추가로 줍니다.

간단한 진료를 끝내고 나오자 접수대에선 5분 만에 처방전을 줍니다. 목록에 적힌 약만 14종류, 허무할 정도로 쉽게 다이어트 약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가 특정 약국을 알려줍니다. 다른 약국 말고 꼭 여길 가라고 말합니다.

식욕억제제·항우울제·항경련제 등 약 종류만 14가지

실제로 이 처방전을 다른 약국에 가져가봤더니 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방전에 쓰여진 약들이 뭔지 모르겠다, 이런 약은 약국에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다이어트 약을 잘 아는 약사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처방전이 '암호' 같다"고 말합니다. 다른 약국에선 조제할 수 없도록 알아볼 수 없는 용어로 썼다는 말입니다.

추정되는 약품들을 함께 하나하나 찾아봤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식욕억제제부터 항우울제, 항경련제, 약물중독 치료제, 위장약, 당뇨약 등. 살을 빼기 위해 환각, 환청,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있는 약을 먹고, 이 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약을 먹습니다.

인터뷰를 한 김정은 약사는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부작용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방이 권고된 초고도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인 사람이 먹으면 그 부작용이 더 심각해집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기자의 체질량 지수는 19.05. 기자가 처방받은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 유도체 '디에틸프로피온'의 처방 가이드라인은 체질량 지수 30 이상입니다. 사실상 먹어선 안 되는 약품입니다. 그런데 표준 체중의 기자가 진료를 보고 이 처방전을 받는 시간은 10분도 안 걸렸습니다.

마약류 오남용 권하는 병원... 바뀔 수 있을까

기자가 갔었던 다이어트 병원이 이렇게 영업을 한 건 꽤 오래 전부터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누구에게나 약 처방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처방에 의사의 '재량'이 많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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