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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기 성지' 전국에서 몰려드는 곳…마약류 꼼수 처방

<앵커>

특정 병원의 약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소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병원이 있습니다. 밤새고 줄을 설 정도인데, 문제는 이 약이 마약류 성분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여러 꼼수를 동원해 처방해주고 있었습니다.

김혜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길게 늘어선 줄, 캠핑 의자와 담요, 돗자리까지 펼쳐놓고 잠을 자는 사람들.

다이어트 약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의 한 병원 앞입니다.

줄을 대신 서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62cm, 50kg의 기자도 줄서기를 대행해주는 A 씨에게 13만 원을 입금했고, 오전 6시 40분쯤 밤새 대신 맡아준 자리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오전 8시 병원 직원이 출근해 대기표를 나눠주고 오전 10시쯤에는 병원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A 의원 의사 : 이렇게 체중 적게 나가는 분들은 치료 기간을 아주 짧게 해야 돼요. 그래서 더 노력 많이 하셔야 되고.]

2번 이상 온 재진인 사람들은 의사와 인사만 하고도,

[A 의원 간호사 : OO님, 인사만 하실게요. 앞쪽에서 처방전 드릴게요.]

동일 처방전을, 약 강도를 조금 올려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28일 치 약 처방을 해주고 약을 받으려면 특정 약국만 가라고 합니다.

[A 의원 간호사 : 약은 나가셔서 뒤에 보시면 안경점 있어요. 사이로 쭉 걸어가시면….]

[(약국 여기 말고 다른 데 가도 돼요?) 아뇨. 저희 약국만 돼요.]

'다이어트약 성지'로 알려진 충남 보령의 또 다른 병원.

약한 비만으로 분류되는 카메라기자에게 12종류의 다이어트약을 처방해줬습니다.

서울에서 기자가 받은 처방전을 들고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김정은/약사 : 되게 암호처럼 적혀 있어가지고,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부여한 코드거든요. 이름이 비슷한 약이 있어서 '이게 아닐까'라고 추정되는 약입니다.]

하나하나 찾아보니,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식욕억제제부터 항우울제, 당뇨약, 이뇨제 등 무려 14가지입니다.

하루 3번 먹는데, 한 번에 많게는 13알을 삼켜야 합니다.

[김정은/약사 : 여기 반 알짜리 흰색 보이시죠? 디에틸프로피온이라는 성분인데, 우리가 걱정하는 마약 있잖아요. 필로폰의 유도체입니다. 환청, 환각 이런 (부작용이). 여기 있는 플루옥세틴 성분이나 디에틸프로피온, 같이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거든요. 이게 부작용의 가능성이 커져요. 자살 충동이나 우울감을 좀 더 심화시킬 수 있는….]

특히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심지어 이 병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월 수사 의뢰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의혹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상태였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양현석, 영상편집 : 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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