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번아웃은 어떤가요? 공황장애나 우울증과 달리 질병이 아니라는 것 알고 계세요?
여기서부터 오늘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질병이 아니라 '문제 현상'으로 2019년에 분류했습니다. 아주 최근에서야 공식 명명이 된 증상인 거지요. 원래는 심리치료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사람 대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탈진'을 설명하는 단어였어요. 즉 질병이 아니라 탈진된 그 '증상'을 부르는 단어였죠. 대상이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일반 직장인, 주부, 학생에게도 쓰이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이 번아웃이 질병이 아닌 '증상'이라는 겁니다.
그게 왜 중요하며 질병과 증상이 어떤 차이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요? 자, 감기를 예로 들어볼게요. 감기 '증상' 중의 하나가 기침이나 재채기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재채기를 한다고 해서 모두 감기는 아닙니다. 사레 들렀을 때도 할 수 있고 코가 간지러울 때도 할 수 있지요. 재채기 자체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치료의 목표로 삼진 않아요. 단지 '증상'입니다. 이 증상이 계속되면 "어? 내 몸에 뭔가 문제가 있나?"라고 살펴보게 되고 그러다가 원인이 되는 핵심 문제, 즉 질병을 발견하게 되지요.
우리는 이 지점을 아주 중요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번아웃은 증상인데 상담을 하다보면 자꾸 '질병'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번아웃 자체를 없애고 싶어 합니다. 번아웃이라는 병을 치료하고 싶어 한달까요?
'왜 자꾸 일에 집중을 못 하고 정신이 멍해지지, 고쳐야 해.'
'왜 자꾸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고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지, 고쳐야 해.'
이게 왜 문제냐고요? 얼핏 보면 문제가 별로 없어 보이죠? 하지만 이걸 신체적 예시로 다시 바꿔서 한번 살펴볼까요?
'왜 자꾸 재채기하지? 재채기를 멈춰야 해.'
'왜 요즘 눈에 황달기가 생겼지? 이 노란 걸 없애야 해.'
자, 이상하죠? 정상적인 흐름은 이거 아닌가요?
'왜 자꾸 기침하지? 감기인가? 뭐 때문이지?'
'왜 요즘 눈에 황달기가 생겼지? 뭐 때문이지? 병원 가볼까?'
그런데 우리는 아직 번아웃이라는 '신호'를 고쳐야 할 '질병' 그 자체로 생각하면서 오류를 범합니다. 기침을 멈추는 약이 있다고 쳐요? 먹었어요. 기침이 멈췄어요. 그러나 기침의 원인인 폐 질환은 발견하지도 못했고, 계속 방치되고 있어요. 어떻게 될까요? 금세 다시 기침이 돌아오겠지요. 우리는 번아웃을 단순히 없애려고 하기보다, 이것을 신호 삼아 그 너머의 것을 살펴보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 오작동하고 있는지, 그 근본을 찾을 때가 온 거죠.
번아웃이 왔다는 건 어쩌면 이런 의미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잠깐 멈춰서 내 삶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시간이라고 알람이 울리는 것. 그리고 그 점검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막아줄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 또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기회가 온 것.
그러니 번아웃을 너무 무서워하거나 미워하지만은 마세요. 알고 마주하면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인-잇] 번아웃과 게으름의 차이를 아시나요?
▶ [인-잇] 번아웃이 왔을 때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