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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도 죽겠고 안에서도 죽겠고"…긴박했던 탈출

<앵커>

어제(11일) 산불은 산줄기를 타고 차츰차츰 번진 게 아니라 강한 바람이 불씨를 여기저기로 퍼뜨리면서 피해를 키웠습니다. 멀리서 연기만 보이는 거 같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불씨가 날아오다 보니까, 사람들은 몸을 피하기 바빴습니다.

긴박했던 상황을 김덕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최초 발화지점에서 2km 정도 떨어진 마트 주차장.

강풍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갑자기 희뿌연 연기가 밀려와 주변을 뒤덮고, 작은 불똥들이 마치 눈발 날리듯 쏟아져 내립니다.

검은 재까지 날아와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짐가방을 챙겨 다급히 대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근처의 한 음식점, 야외 화분에 심어진 야자에 불똥이 날아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불길이 타오릅니다.

잠시 뒤에는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불똥이 야외 집기류에 옮겨붙었습니다.

[피해 음식점 점주 : 연기는 강릉 시내 어디서도 보일 정도로 꽉 덮여 있었고요. 전쟁터를 방불케 했죠. 진입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서 발만 동동 구르면서 기다리고 있었죠.]

같은 시각, 산과 붙어 있는 마을에서는 사방을 뒤덮은 연기 속에서 긴박한 대피가 이어졌습니다.

[나가셔야 해요, 나가셔야 해요.]

눈을 뜰 수 없는 강한 흙먼지가 덮친 데다, 곳곳에 불이 옮겨붙는 상황에서 몸만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 주민은 차를 타고 급히 마을을 빠져나왔지만, 빠르게 뒤쫓는 불길 속에서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최영주/산불 피해 주민 : 차 옆에, 인도 옆 해변까지 불바다인 거예요. 차 문 열고 나가도 죽겠고 안에서도 죽겠고. 마침 신랑이 와서 급하게 빠져나갔거든요.]

하루 만에 다시 돌아온 보금자리와 삶의 터전은 뼈대만 앙상한 잿더미 속이었습니다.

[최영주/산불 피해 주민 : 눈앞에서 불바다 된 것 보고도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몸만 빠져나갔다는 거….]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신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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