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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소나무가 엿가락처럼…산불 피해 '처참'

<앵커>

강릉 바다와 가까운 소나무 숲은 사람들이 많이 찾던 유명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이번 산불로, 울창했던 숲이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이렇게 아름드리 소나무마저 옆으로 힘없이 꺾였습니다. 소나무에 있는 송진이 불에 잘 타다 보니 연료 같은 역할을 하면서 불을 키운 겁니다.

김형래 기자가 불이 처음 시작한 곳에서 번져나간 지역을 따라가며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번 강릉 산불은 이곳 난곡동에서 시작됐는데요.

강한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맞은편 전신주를 덮치면서 전선이 끊어져 불꽃이 튄 걸로 추정됩니다.

최초 화재 현장에서는 주변 접근을 모두 통제한 채 감식 작업이 벌어졌습니다.

발화 지점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마을, 순간 풍속 20m를 넘는 강한 남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진 불에 주택은 잿더미가 됐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집에는 이렇게 벽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파편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불 정리에 나선 소방관들은 행여나 불씨가 살아날까 땅을 헤치며 물을 뿌립니다.

[현장 소방관 : 밑에 열기가 가득 차있어서, 혹시 모르니까 잔불까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돌멩이까지 다 파내서 그 밑에 가연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강릉이 자랑하던 울창한 소나무 숲은 새카맣게 타버렸습니다.

100년 이상 마을을 지켜 왔을 언덕 위 커다란 소나무도 산불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성인 남성인 제가 다 안지 못할 만큼 큰 나무인데요.

밑동이 불에 타면서 강풍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한순간에 건물 6개 동을 모두 잃은 펜션 주인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이성호/펜션 사장 : (코로나로) 3년 동안 그렇게 고생해 놓고, 이제 와서 올여름에는 장사 좀 해보자 하고 열심히 단장도 하고, 빚을 내서 그렇게 했는데….]

불이 강풍을 타고 넘어오면서 숙박시설이 몰려 있는 해안 쪽도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산을 등지고 있는 건물들은 완전히 불에 타 뼈대만 남았고, 관광객들이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즐겼을 야외 바베큐장도 폐허가 됐습니다.

[방혜선/서핑가게 사장 : 막막해요. 어제 너무 울어서, 이제 뭐 눈물도 잘 안 나오고…. 그냥 이제 웃음만 나요.]

산불은 8시간 만에 잡혔지만, 피해 복구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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