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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진짜" 의료진 호소…"세계 유일, 한국만 있어요"

몸살 앓는 '주취자 응급센터'

<앵커>

술에 취한 사람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최근 논쟁이 됐는데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술 취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응급센터가 있는데, 집 주소도 못 댈 만큼 취한 사람들이 오다 보니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고충이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혜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토사물로 범벅된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옵니다.

[구급대원 : 지금 술을 많이 드셔가지고 멘탈이 약간….]

[간호사 : 누가 신고 하셨어요?]

[구급대원 : 지나가는 행인이요.]

어렵게 환자복으로 갈아입혔는데, 다시 토하기 시작합니다.

[간호사 : 몸 다쳐요. 몸 다치니까.]

[안성준/응급의학과 과장 : (어떤 약 처방하나?) 수액이랑 구토 덜하게 하는… 속쓰림 (방지약). 신분이 밝혀지고 저희가 돈을 내라고 했는데 기꺼이 내면 되는 거고, 못 내겠다고 하면 못 받고…. 저는 이제 포기했어요. 세금으로 다 때우겠죠. 뭐.]

또 다른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

주취자를 응급실로 옮기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민경/레지던트 : 술 얼마나 마셨어요? 5개? 본인이 5병?]

[상주 경찰관 : 그래도 얌전한 거예요. 막 난리 치고 4명이 잡아도 안 될 때가 있거든요.]

[김은진/응급구조사 : 그냥 그 자리에서 정신이 살짝 있는 상태인데도 그 자리에서 그냥 대변을 보시는 분들도.]

그 사이 또 들어온 주취자.

[구급대원 : 보시다시피 진료가 아직 진행 중인데도 자기 뜻대로 화장실 가고 싶다고 그러고 집에 간다고 그러고 그런 식으로 협조 자체가 안 되니까요.]

[박민경/레지던트 : 얼마나 마셨어요? 어르신.]

[주취자 : 종합적으로….]

[박민경/레지던트 : 종합적으로 마셨다고? 이런 데 안 아파요?]

[박민경/레지던트 : 뭘 호소하시는지 잘 모르고 환자분이 단순히 주취 상태라고만 말하면 다른 것들 평가를 배제할 수 있는데 그게 배제가 안 되는 상황이니까 피검사를 나가고.]

전국 19곳의 대형 병원 응급실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찰서에 주취자 안정실이 있었지만 인권 문제로 폐지됐고, 2012년부터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경찰은 의식이 없거나 다친 만취자들을 주취자 응급센터로 일단 데려옵니다.

의료진은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다시 인계하기도 합니다.

[이형민/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 주취자 응급센터라는 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제도고요,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음주 자체가 어떤 질병이 아니고요.]

지난겨울 집 앞에 데려다준 주취자가 동사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TF를 꾸려 주취자 보호 조치 개선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에 관대한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성준/응급의학과 과장 :인력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너무 아까워서….]

[노윤희/간호사 : 모든 분들 진짜 술 좀 조금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제발 좀 진짜.]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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