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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까?

모레 FOMC 발표에 쏠린 이목…하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금리의 움직임이 아닌 새로운 질서가 아닐까?

연준의 Pivot 시그널!?

올해 마지막 FOMC의 결과가 모레(15일) 새벽 4시쯤 공개됩니다. '자이언트스텝이냐 아니면 빅스텝이냐', '연준이 드디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가' 등을 둘러싼 어느 때보다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연준의 방향 전환(Pivot)에 대한 시그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말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했던 연설에서 강력하게 묻어났습니다. 당시, 연설 막바지에 던진 파월의 한 마디로 시장은 무척 희망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It makes sense to moderate the pace of our rate increases as we approach the level of restraint that will be sufficient to bring inflation down. The time for moderating the pace of rate increases may come as soon as the December meeting."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한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할 시기는 빠르면 12월 회의가 될 것입니다."

 

- 제롬 파월(브루킹스 연구소, 지난달 30일) -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금리 시장에서는 겨울이 지나간 것처럼 들렸고 주식 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했던 파월의 연설의 주요 내용은 지금의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 1)물건 가격과 2)주택 임차 및 주거비, 그리고 3)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비용이 바로 세 요소들입니다.

다행히 물건 가격들은 공급망 병목 현상도 해소가 되고 있고 유가도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거 비용이 인플레이션을 크게 이끌고 있는 한 축인데, 파월은 근거를 제시하며 이마저도 내년 중에는 떨어질 걸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세 번째 요소인 서비스 가격에 대해선 파월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파월이 이야기 하는 것은 헬스 케어부터 교육, 미용 등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 상품의 가격입니다. 파월은 서비스 비용 분야가 세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분야이므로 근원 물가의 흐름(core inflation)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비스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임금이기에 결과적으로는 노동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서비스 가격, 더 나아가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노동 시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미국 일자리, 고용, 경기침체, 실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는 지난 8월,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가벼운 침체일까? 침체의 전조일까?>이란 제목의 취재파일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340만 명에 달하는 사라진 미국 노동 인구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노동 시장에서 이탈했지만, 여전히 노동 시장으로 쉽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아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라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참고 : [취재파일]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 가벼운 침체일까? 침체의 전조일까?

파월 의장 역시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파월은 약 350만 명의 노동 참여 가능 인구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일자리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고, 이는 여러 침체 전조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가파른 임금 상승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습니다.
 

"To be clear, strong wage growth is a good thing. But for wage growth to be sustainable, it needs to be consistent with 2 percent inflation."

"임금 상승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지속 가능하려면 2% 수준의 물가상승률과 같은 수준에서 올라야 합니다."

 

- 제롬 파월(브루킹스 연구소, 지난달 30일) -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가 취재파일을 썼던 지난여름이나, 파월의 연설이 있었던 지난달 말이나 똑같이 약 350만 명에 달하는 노동참여 가능인구가 시장에 돌아오지 않았단 점입니다. 그러니까, 파월이 소개한 인플레이션을 추동하는 세 요소 가운데 둘은 서서히 풀리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요소는 여전히 타이트한 가운데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Finally, the labor market, which is especially important for inflation in core services ex housing, shows only tentative signs of rebalancing, and wage growth remains well above levels that would be consistent with 2 percent inflation over time. Despite some promising developments, we have a long way to go in restoring price stability."

"주택을 제외한 핵심 서비스의 인플레이션에 특히 중요한 노동 시장은 진정세에 진입했다는 별다른 징후는 없고 임금 상승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2%의 물가상승를 목표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일부 의미있는 신호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멉니다."

 

- 제롬 파월(브루킹스 연구소, 지난달 30일) -

 

금리 인상이 멈춘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까?

물론, 정말 다행스럽게도 파월의 연설이 있고 며칠 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사라진 노동가능 인구가 35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건 과장된 수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실제로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실제로는 약 80만 명 정도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 지금의 일자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재정 및 통화 긴축 없이도 임금 상승은 수개월 안에 잡힐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출처 : Missing Workers and Missing Jobs Since the Pandemic.(2022.12)

정말로 파월이 우려했던 세 번째 요소마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면, 당장 오늘밤에 나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부터 긍정적인 수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모레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설령 그렇다고 해서, 이미 가파르게 올라간 금리가 다시 정상 수준을 돌아올 수 있을까요?

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 금리도 함께 오르지만, 물가가 진정된다고 해서 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금리가 떨어지는 순간은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확실하게 잡혔을 때(anchored)입니다. 실제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미 연준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는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9% 밑까지 끌어내렸던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 역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출처 : www.InflationData.com) / 안상우 취파용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출처 : www.InflationData.com)


물론, 파월은 볼커가 아니고, 지금의 상황 역시 그때와 다릅니다. 미 연준이 발표한 정책 금리는 앞으로는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일 것입니다. 이는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때 파월이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날 파월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건 언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가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제한적(restrictive) 금리를 유지해야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The timing of that moderation is far less significant than the questions of how much further we will need to raise rates to control inflation, and the length of time it will be necessary to hold policy at a restrictive level. … History cautions strongly against prematurely loosening policy. We will stay the course until the job is done."

"'언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냐'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이나 제한적인 금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들입니다…역사는 섣부른 완화 정책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우리의 일을 다 할 것입니다."
 
- 제롬 파월(브루킹스 연구소, 지난달 30일) -

 

미국 연준 / 연방준비제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운 질서가 필요할 때

일각에서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 상승 목표를 2%가 아니라 더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물가 상승 목표를 4~5% 수준으로 높이면 굳이 금리 인상도 공격적으로 할 필요도 없고,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의는 팬데믹이 찾아오기도 전인 2010년대 후반에도 활발하게 이뤄졌었는데, 지금 이시기에 목표치에 변동을 둔다면 오히려 만성적인 고물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침체를 피하려다 경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 위기와 팬데믹 위기를 거치면서 엄청난 양의 유동성이 정부 주도 하에 시장에 풀렸습니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물가 상승 목표를 2%에 고정시키는 것은 오히려 왜곡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미 연준도 이달 초 금융 위기와 팬데믹 시기에 시장에 쏟아 부은 유동성으로 유럽과 영국, 미국 등의 중립 금리 수준이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고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오랜 시간 물가 상승률이 5%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내놨습니다.
*출처 :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feds-notes/longer-run-neutral-rates-in-major-advanced-economies-20221201.html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가 상승 목표를 2%로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동시에 만성적인 고물가를 필사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시기에 정부의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어디로 향해야 할 지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레 새벽 있을 파월의 기자회견에서는 작금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힌트도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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