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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회사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자 이야기 ④

대법원 판결, 롯데쇼핑


대법원은 2022년 6월 30일에 한 사건(2017두76005)에 대해 판결을 합니다. 원고는 롯데쇼핑이었고, 피고는 중앙노동위원위원장입니다. 롯데쇼핑에 다니는 한 근로자가 2016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뒤 부당전직 구제 신청을 한 사건입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부당전직 구제 신청은 각 지역노동위원회에 먼저 합니다. 이곳에서 부당전직이 맞는지에 대하여 인정 혹은 기각을 하고, 재심을 신청하면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시 따져봅니다. 당시 근로자가 신청한 구제 신청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근로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롯데쇼핑 측은 그러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법원은 이때 정반대로 사측의 손을 들어줬고, 근로자 측이 상고까지 한 끝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합니다. 대법원이 부당전직이라고 본 것입니다.

육아휴직 전보다 낮아진 직급


당시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한 근로자는 발탁매니저였습니다. 롯데쇼핑에서 발탁매니저란 대리급 지원이 과장급 직원부터 할 수 있는 매니저 업무를 할 때입니다. 해당 근로자는 생활문화매니저(의류 등 비식품 코너)로 일하다 복귀했는데, 냉장냉동영업담당으로 발령이 납니다. 매니저보다 한 단계 낮은 직급입니다. 사측은 발탁매니저인 근로자가 원래 직급이 대리였던 만큼 '담당' 직책을 맡는 게 직급이 낮아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의 복귀 전 업무와 복귀 후 업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부당 전직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런다면 남녀고용평등법 19조 4항을 위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육아휴직 복직자는 복직 전후 비교했을 때 같은 업무를 주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육아휴직 복직 시 불리한 처우


대법원은 이 사건을 하면서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에 나오는 '불리한 처우'에 대하서도 그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당시 노동계의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불리한 처우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준을 제시했고, 비교적 근로자의 편에서 해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판결문 페이지 3쪽에는 사업주는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상 또는 경제상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고,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기준1) 업무상 또는 경제상의 불이익


대법원이 불리한 처우로 본 기준 중 하나가 업무상 또는 경제상 불이익입니다. 남 씨의 사례로 견주어 보겠습니다. 남 씨는 서울 중계점으로 간다고 가정했을 때 주말 부부 혹은 가족들이 이사를 가야 합니다. 주말 부부를 하게 되면 서울-부산 교통 왕복비가 매주 발생합니다. 사측은 처음에 취재진에 왕복 2회만 제공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남 씨가 매주 다닌다고 가정하면 그 비용을 모두 보전받지 못해 경제상 불이익이 발생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롯데쇼핑은 처음에 왕복 2회를 제공한다고 했다가, 다음날 왕복 4회를 다 준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현직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근로자 가운데 타 연고지에서 생활하는 근로자에게 물어봤습니다. 회사 규정에는 왕복 2회라고 명시돼 있긴 하지만, 회사에 매주 발생한 교통비를 청구하면 후에 돌려받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왕복 비용은 보전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남 씨 가족이 서울로 함께 이사하는 것으로 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회사가 남 씨에게 관사 아파트 방 한 칸 제공 혹은 월세 30만 원 지원을 해줬을 것입니다. 남 씨에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회사가 다 보전해주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준2) 생경함, 두려움


대법원은 또 육아휴직 복직 전후 업무가 현저하게 달라져 근로자가 생경함이나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복직을 꺼리게 만들거나 한다면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남 씨는 앞서 말했듯이 부산과 경남에서만 줄곧 일해 왔습니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하니까 서울 발령이 났습니다. 남 씨가 서울 중계점으로 가라고 했을 때 느끼는 생경함과 두려움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또 사측은 남 씨가 복직 전부터 서울 중계점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화상으로 시사했습니다. 남 씨 입장에서는 당연히 복직을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중계점 발령 통보가 남 씨에게는 생경함과 두려움을 줘 복직을 꺼리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진주고용노동지청


남 씨의 진정서는 진주고용노동지청에 접수됐습니다. 근로감독관을 진주에서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남 씨가 처벌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만큼 조사에 착수해 양측 입장을 다 들어볼 것이라고 합니다. 근로감독관이 남 씨와 통화한 내용을 들어보면 양측을 중재해 보려고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 씨는 이미 퇴사 후 다른 직장에 어렵게 취직했고, 현재로선 롯데쇼핑 측과 화해할 의사가 없습니다. SBS 취재진은 이번 진주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나오는지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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