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퇴직금 지급 지연 전자동의, 육아휴직자 이야기③

9월 1일 퇴사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에서 근무했던 42살 남 모 씨가 육아휴직 외에 문제제기하려고 했던 게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퇴직금 지급 문제입니다. 남 씨는 애초에 9월 16일자로 퇴직을 하려고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9월 1일자로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니…400km 먼 곳 발령, 결국 퇴사 (지난 27일 8뉴스 보도)

박찬범 취재파일용

남 씨는 애초 본인에게 남아 있던 연차를 모두 소진하고, 9월 15일 넘어서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9월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대신에 연차 수당을 받고 9월 1일자로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사측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제안했고, 남 씨도 분명하게 동의한 바 있습니다. 그리하여 남 씨는 9월 급여 대신 연차 수당을 받게 됐습니다.
 

근로기준법 36조(금품 청산)


남 씨는 퇴직금을 9월이 지나 10월에 받았습니다. 근로기준법 36조에는 퇴직금 지급을 퇴직 처리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돼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와 사측이 합의 하에 따라 퇴직금 지급을 늦출 수 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남 씨는 이 부분을 문제제기하려고 했습니다. 남 씨는 9월 1일자 퇴사 기준 14일 이내에 퇴지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남 씨는 이 부분을 진주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지급 지연 문제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남 씨는 퇴사 전에 회사로부터 퇴직금 지급 지연에 동의하라는 문서를 전달받았습니다. 남 씨는 취재진에게도 본인이 사인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습니다. 근로기준법 36조를 위반하면 벌칙조항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롯데쇼핑 "남 씨, 전자서명 했다"


취재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사측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남 씨가 지급 지연에 사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증거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남 씨가 퇴직금 지급 지연에 동의를 한 전자서명본이 있었습니다. 전자서명에 사인한 날짜는 9월 16일입니다.

육아휴직

남 씨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남 씨는 당황하면서도 본인이 전자 서명을 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 씨가 퇴직 처리 처리를 할 때 여러 문서에 전자서명 형식으로 사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 문서 가운데 하나가 퇴직금 지급 지연에 동의하는 문서가 껴 있었던 것입니다.

남 씨는 사측이 사인하라고 했던 문서에 사인을 모두 안 하면 퇴사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더군다나 직접 서명이 아닌 전자서명이었고, 본인이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전자서명이 생성되는 그런 절차였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남 씨가 사측이 제시한 문서에 본인이 직접 동의를 했다면 문제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 조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도 처음에는 퇴직금 지급 지연이 14일 내로 안 된 것을 보고 이 부분을 위반 사항이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명 문서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9월 1일, 9월 16일


사측 인사 담당자는 남 씨에 대한 퇴사 처리를 밟는 과정에서 급히 전화를 합니다. 그것도 18시가 넘어서 전화가 옵니다. 인사 담당자는 당시 녹취를 들어보면, 9월 1일자로 퇴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이전까지 남 씨는 9월 16일자 기준 퇴사 처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인사 담당자는 9월에도 일한 것으로 처리되면 4대 보험을 남 씨가 지급해야 하고, 퇴직금 정산 때도 손해를 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9월 1일자 퇴사가 남 씨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오늘 내로 결정해야 한다고 남 씨에게 알립니다. 남 씨는 인사 담당자에 급한 전화를 받고 잠시 고민한 뒤 9월 1일자 퇴사에 동의를 합니다. 사측이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배려를 해준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9월 1일자 퇴사가 더 유리한 게 맞는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 남 씨가 9월 1일자 퇴사를 하면 9월 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대신 쓰지 못한 연차 수당 17개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남 씨는 퇴직 이후 연차 수당에 대해서 약 150만 원 정도 지급받은 것으로 계좌에 나와 있습니다.

반면에 9월 16일자로 퇴사를 하면 9월 급여가 나옵니다. 대신에 9월 1일부터 16일까지 근무해야 하는 일수에 대해서는 연차를 써서 모두 소진하는 방식입니다. 연차수당이 없는 대신에 9월 달 기본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금 정산할 때는 퇴사 사유 발생 이전 3개월 치 임금 총액이 반영이 됩니다. 1일 평균임금이 얼마인지 계산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무사에게 2009년 입사자인 남 씨의 퇴사 날짜가 9월 1일일 때와 9월 16일 때 차이가 큰지 물어봤습니다.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육아휴직급여 25%, 840만 원


남 씨는 결국 9월 1일자 퇴사가 회사를 위한 것인지, 본인을 정말로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9월 16일자로 퇴사를 하지 못해 9월 급여를 못 받은 게 더 손해인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100만 원 미만으로 큰 차이는 없어 보이긴 합니다. 남 씨가 동의한 만큼 9월 1일자 퇴사에 문제제기를 할 순 없어 보입니다. 다만, 남 씨는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을 지울 수는 없다고 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남 씨가 손해를 본 건 따로 있습니다. 육아휴직급여입니다. 육아휴직급여는 휴직 기간 중에는 75%만 들어옵니다. 나머지 25%는 복직 뒤 6개월이 지나 받습니다. 육아휴직 신청자의 복직을 장려하고 경력 단절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남 씨는 육아휴직급여 150만 원 가운데 115만 원을 매달 받았고, 나머지 35만 원은 복귀 뒤 받았어야 합니다. 남 씨는 결국 복직하자마자 회사를 관두게 됐습니다. 남 씨는 6개월 회사를 다녔더라면 840만 원(35만 원 X 12개월 X 2년)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취재파일] 부산 11번, 경남 3번, 서울 중계점, 육아휴직자 이야기①
▶ [취재파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입니다, 육아휴직자 이야기②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