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으로 매년 집중호우가 잦아질 거라는 예측에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하 빗물 저장 시설 확충도 그중 하나인데 얼마나 크게 지어야 강남 침수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저희 취재팀이 현재 만들어진 시설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김혜민 기자입니다.
<기자>
작은 사다리를 밟고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지하 벙커 같은 거대한 시설이 있습니다.
[송창진/인천 남동구청 방재하수과 팀장 : 만조가 돼서 물이 더 이상 방류가 안 되면 수문이 작동을 해서 문이 열려서 이쪽으로 물이 저류가 되는 겁니다.]
이 거대한 지하공간은 '우수저류시설'로, 집중 호우 때문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없으면, 이곳에 저장돼 주변 침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50년 만에 한 번 찾아올 수 있을 정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완공된 이후 인근 지역이 한 번도 침수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은 어떨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이 빗물 저장 시설은 50년이 아닌, 30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가 됐습니다.
양재2동의 침수를 막기 위해 지어졌는데, 지난 8월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채영 주무관/시설 관리인 : (이번에 비 많이 왔을 때 (저류시설도) 잠겼을까요?) 잠겼죠. 그래서 물을 끌어올렸어요.]
현행 규정을 보면, 영구 구조물은 50년 빈도, 임시구조물은 30년 빈도 강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우수 저류시설은 영구 구조물이지만 이렇게 50년 기준에서 30년 기준으로 낮춰 지은 곳이 전국에 서른 곳이나 됩니다.
서른 곳의 시설을 기준보다 작게 지은 이유, 지자체들의 답변은 모두 같았습니다.
"공사비가 과다하게 소요돼 규모를 줄였다"는 겁니다.
또 도심과 가까울수록 저류시설 공간을 확보할 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만 해도 빗물 100만 톤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저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침수 피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재난관리 선진국들은 대응과 복구보다는 예방, 대비에 집중합니다.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충분한 예산과 주민들의 이해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