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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발달장애 가족 4,333명 조사…60% "극단 선택 고민"

멀고 먼 돌봄…발달장애인·가족 실태조사

[끝까지판다] 발달장애 가족 4,333명 조사…60% "극단 선택 고민"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돌봄으로 힘겨워하다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올해 알려진 것만 12건이나 됩니다.
SBS 끝까지판다 팀이 강선우 의원실의 도움으로 분석한 발달장애인 가족 4,333명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59.8%, 열 명 중 여섯 명이 극단적 선택을 떠올렸다고 답한 겁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며 느낀 우울감 또한 10점 만점에 평균 7.81점으로 높았습니다.

발달장애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떠올린 이유

극단적 선택 떠올린 이유는…56.3% "평생 돌봄의 막막함"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2,593명 중 56.3%는 평생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31.1%는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6.7%는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평생 돌보는 과정에서 부모의 몸과 마음도 병들고 가정이 빈곤해지고 있는 겁니다.
 

네 명 중 한 명은 평생 밤낮 돌봄…빈곤의 악순환


설문에 답한 발달장애인 중 53.4%는 하루 12시간 이상, 26.3%는 하루 20시간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루 20시간 이상 돌봄이 필요한 비율은 영유아기(30.9%)와 학령기(26.7%)에 높았고,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네 명 중 한 명은(24.9%) 20시간 이상 온종일 돌봄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 부모 47%가 자녀를 돌보기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면서 빈곤의 악순환에 내몰렸습니다.

자녀 돌봄 시간이 하루 2시간에서 6시간 정도로 장애 정도가 비교적 경증인 경우에는 부모 43.6%가 극단적 선택을 떠올렸지만, 20시간 이상 돌봄이 필요한 중증의 경우에는 부모 70.2%가 극단적 선택을 떠올렸습니다. 부모가 돌봄 부담을 짊어진 시간이 길수록 위기 상황에 내몰리는 현실이 수치로 명확히 보입니다.

발달장애 자녀에게 도움이 필요한 시간

충분하지 못한 지원 서비스…"제공기관 없어 이용 못해"


부모의 돌봄 부담을 대신해야 할 공적 지원 체계가 있긴 하지만 충분하진 않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 중 45.9%가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방과 후 활동 서비스의 경우 15.3%만이 불만족했다고 응답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 중 30.1%는 거주지역에 제공기관이 없다고, 7.0%는 도전적 행동 등으로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즉, 지원 체계가 촘촘하지 못해 돌봄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도 누리지 못하는 발달장애 청소년이 상당히 많습니다.

만 6세에서 65세 사이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활동 지원 서비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불만족 비율은 22.8%에 불과했지만, 불만족 이유의 대부분인 73.5%는 필요한 시간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10.7%나 됐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못한 건데, 그 빈틈은 고스란히 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부모가 아프다…"24시간 지원 체계 시급"


부모에게 가중된 돌봄 부담은 우울감과 좌절감, 분노로 이어집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며 느낀 우울감은 10점 만점에 7.81점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피로감과 분노, 좌절감을 경험한 정도도 각각 8.36점과 7.59점, 7.86점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심리적 위기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떠올린 부모 중에 상담 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2%에 불과했습니다. 28.8%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고, 43.1%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28.8%는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15.3%는 이용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답했습니다. 역시 발달장애인 가족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공적 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발달장애 부모 상담을 위한 정부 예산은 7억 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

물론, 부모 상담 지원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닙니다. 과중한 돌봄 부담을 해소하지 않으면 발달장애 부모가 위기로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에서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막으려면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71.9%로 가장 많았습니다. 경제적 지원 강화(16.9%)와 가족지원 강화(6.2%)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정부 지원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집 근처에 제공기관이 없어 이용을 못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발달장애인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아이 장애 자체로 힘든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그런 서비스가 없고 국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이 현실이 우울한 거지"라는 한 발달장애인 부모의 말처럼, 부모에게만 강요된 돌봄 부담을 우리 국가와 사회가 나눠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 [풀영상] 발달장애인 '돌봄' 받으러 가는 길…숫자에 가려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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