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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인분 아파트' 전국 곳곳 있다?…"현장 노동자도 아는 일"

6년차 목수 "'인분 아파트' 흔한 일…현장 노동자들은 이미 아는 내용"

 최근 경기 화성시의 새 아파트 천장에서 인부들이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분 봉지'가 여럿 발견돼 논란이 된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증언이 업계 관계자로부터 나왔습니다.

건설 일 중 골조 분야에서 형틀목수로 6년째 일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A 씨는 오늘(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인들은 놀랄지 모르겠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용이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경기 화성시 한 신축 아파트 내부 드레스룸 천장에서 발견된 인분 봉지. (사진=연합뉴스)

A 씨는 건설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설명하면서 "23층에서 일을 하다가 (용변을 보려고) 1층 화장실에 다녀오려면 20~30분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일단 화장실이 매우 적고, 대부분 상가 밖이나 1층 사무실 쪽에 위치한다며 간이 소변기의 경우 구간별로 조금씩 있으나, 큰일을 봐야 하는 화장실은 대부분 1층에 위치해 있어 자주 이용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각 층마다 용변 장소가 정해져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A 씨는 "현장마다 다르다. 대부분 안 보이는 구석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분도 있고 공사하는 화장실 구간에 볼일을 보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이번 신축 아파트 인분 봉지 사태를 두고 "매우 심한 케이스"라며 "(해당 아파트 작업 인부들이) '어차피 나중에 시멘트로 묻어버리면 입주자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처리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A 씨는 건설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 때문에 화장실, 세면실 등 시설이 매우 미흡하다. 노동자들이 개선을 요구하면 사측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동자들이 인분을 방치한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설 현장 내 노동자들의 용변 문제는 수도권, 비수도권할 것 없이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건설 노동자 인간 막장 취급" vs "용변 뒤처리 안 한 건 명백한 잘못"


한편, 이번 '인분 봉지' 사태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는 지난 26일 건설 현장에 편의시설을 확충해달라며 국가인원위에 고용노동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건설 현장의 열악한 환경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건설현장 화장실 및 편의시설 개선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노조는 이번 사태를 두고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건설 현장은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화장실 가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곳도 많아 참다 참다 못해 건물 내부에 용변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도 인간답게 용변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건설 노동자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한 인간 막장'으로 여기기 전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누구든 화장실이 없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설노조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 현장 23곳을 조사한 결과, 한 곳에 평균 172명의 노동자가 투입되는 데 반해 평균 화장실 개수와 휴게실 개수는 불과 2.5개, 세면장 개수는 1.7개였습니다.

이에 건설노조는 아파트 1개 동 건설 현장마다 휴게실 · 탈의실 · 샤워실 1곳을, 공사 중인 아파트 층마다 화장실을 설치하게 하고, 이 내용을 반영해 법률을 개정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본 많은 누리꾼들은 열악한 건설 현장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아무 곳에나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지 않는 일부 노동자들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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