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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손도 못 댄 '원-하청 구조'…근본 문제 바꿔야

<앵커>

한 달 보름 넘게 계속됐던 파업은 일단 끝났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조선업계의 오래된 문제인 원청과 하청의 갈등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상처를 급하게 봉합했을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라는 겁니다.

조선소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속내를 조윤하 기자가 현장에서 들어봤습니다.

<기자>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51일간 극한 파업 끝에 받아든 건 월급 4.5% 인상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 안타까운 점이 많죠. 많지만 힘없고 '빽' 없고, 없는 사람들이 뭐 한꺼번에 가지려면 가져집니까. 안 되지.]

50대 숙련공 월급이 10만 원 정도 오르는 건데, 이런 극단적 방법 아니고는 그마저도 얻기 힘든 게 하청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 4.5%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그게. 시간당 450원. 정부에서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런 인건비 구조 자체를 좀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나보다 많이 배우고, 전문가들이고, 그런 사람들이니까.]

파업 과정에서 서로에게 화살을 겨눈 대우조선 본사 직원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는 적잖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동자 : (원·하청) 서로 삿대질할 일이 아니에요. 끝없이 같이 가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들이 필요한 거죠.]

먹이사슬 맨 위에 있는 조선회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하청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해고하는 구조는 이번에도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조경배/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 : 원청이 그냥 사업을 딱 스톱 (중단)하는 순간에 그 기업들은 다 문 닫는 거예요. 법적 책임은 하청업체에 지우고 이익은 원청이 다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15년째 거제에서 원청, 하청 노동자 모두와 친구로 이웃으로 지내는 김주율 씨도, 상처만 봉합하고 끝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김주율/경남 거제 시민 : 오랫동안 이렇게 내려온 부분 아닙니까 이게, 조선소 구조가.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씩 뜯어놔야 돼요. 다 아프죠, 마음은. 누구든지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파업을 시작한 지 51일째, 이제 이 조선소는 평소처럼 운영될 겁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무 일 없었던 거처럼 돌아갈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하청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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