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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려 해도 자리 없다"…'6호 처분' 소년범은 어디로

<앵커>

19살 미만이 범죄를 저지르면 재판에서 죄의 무게에 따라 보호 처분을 받습니다. 1호 처분, 2호 처분 이런 식으로 해서 모두 열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크게 소년원 같은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와 사회에서 보호관찰이나 봉사 명령을 받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중간 성격인 6호 처분이라는 게 있습니다. 소년원에 갈 정도로 죄가 무겁진 않지만,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 사설 기관에 맡겨서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돕자는 겁니다. 취지는 참 좋은데 문제는 아이들을 받아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먼저 박찬근 기자입니다.

<기자>

전지가위를 든 청소년들이 원예 수업에 열중입니다.

[(상자처럼 네모 반듯하게 잘라줘도 그 모양이 유지가 잘 되고.) 아, 뭔지 알겠다.]

다른 교실에서는 과학 수업이 한창이고, 피아노 실력을 뽐내는 학생도 있습니다.

여느 기숙학교의 모습 같지만, 이곳은 소년재판에서 6호 처분, 즉 민간 시설의 감호 위탁을 받은 10대 청소년들이 길게는 1년간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교육을 통한 사회 복귀가 목표인 만큼 검정고시 수업이나 정서 안정을 위한 숲 가꾸기, 피아노 강습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재숙/나사로 청소년의 집 원장 : 퇴소한 지 1년쯤 됐는데, 5월 스승의 날이라고 간식 사 오고, 아이들도 같이 와서 방문하고 이런 거 보면 엄청 기특하죠.]

큰 잘못이 아닌 경우 아이들을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이런 시설에 보내고 싶어 하는 판사들이 많지만, 판사가 원한다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입니다.

[박재숙/나사로 청소년의 집 원장 : 거의 뭐 40명이 늘 차 있다고 보셔야 돼요. 늘 정원이 찬다는 소리는 이런 곳에 보내야 될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6호 시설은 전국에 단 13곳.

정원은 582명에 불과합니다.

충남, 경남, 전남 등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2020년 6호 처분 건수가 1천614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수용 여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빈태욱/청주지법 소년부 판사 : 잘 갖춰진 소년 보호시설은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가지고요. 다른 시설에 위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소년 보호시설이 좀 많이 늘어났으면….]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더라도 기존 소년부 보호 처분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런 보호 시설 확충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김세경,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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