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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교실과 상점들…그래도 굳센 '삶의 의지'

<앵커>

이번에는 전쟁 이후 국내 언론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현장을 취재한 저희 특파원을 연결해서 현지 상황 더 알아보겠습니다. 곽상은 특파원, 지금 있는 곳이 어디죠?

<기자>

네, 저는 지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 시레트 검문소에 나와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예외적 여권 사용을 허가받아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취재를 진행해 왔는데요.

여권 사용 허가 기간이 2박 3일로 제한돼 있어, 한국 시간으로 오늘(21일) 새벽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때는 국경 통과에 20여 분 정도 걸렸는데요, 나올 때는 피란민들과 함께 걸어 나오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앵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네, 저희가 취재한 도시 체르니우치는 국경 지역에 위치해 있어, 아직까지는 미사일 공습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업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이미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체르니우치 시내의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아이들로 가득 찼던 교실이 지금은 텅 비었습니다.

러시아 침공 직후 문을 닫았던 우크라이나의 학교들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문은 다시 열었지만, 수업은 여전히 온라인으로만 진행됩니다.

대신 학교 공간은 피란민들에게 내줬습니다.

[다치아나/돈바스 출신 피란민 : 집 옆에 로켓이 떨어져 방 창문이 다 깨져나가 급히 피란 왔어요.]

9살 소년은 피난 와중에도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습니다.

[파샤/키이우 출신 피란민 : 우크라이나어와 영어, 산수 수업을 들었어요. (친구들 상황은 어때요?) 요즘 친구들 문자를 받지 못했어요. 다들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바닥 위 매트리스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합니다.

[알라/교사 : 전쟁 중에도 학업은 계속돼야 하고, 공부를 통해 학생들이 전쟁의 공포를 덜 수도 있기에 중요합니다.]

전쟁 속에서도 삶을 꿋꿋이 이어나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현지에서 식재료나 의약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면과 함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대형 마트에 들어가 보면 선반 곳곳이 텅 빈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맥주를 제외한 술 판매는 일체 금지됐고, 수입 가공품은 물론 곡물과 생선 같은 중요 식자재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며 물류가 큰 타격을 입은 탓인데요, 최근에는 의약품 구하기도 어려워져 외국 구호단체들이 들어와 환자들을 치료하고 의약품을 나눠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휘트니 피터슨/구호단체 매니저 : 현재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이 부족해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을 활용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세상에 알려달라며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슬프고 힘들었을 경험들을 들려주었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남겨두고 현행법상의 제약으로 취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저희에게도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를 떠나왔지만, SBS는 앞으로도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가까이 전쟁 속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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