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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장애 · 사망에도…인과성 인정은 '단 2건'

<앵커>

코로나 백신을 맞은 뒤에 숨졌다고 신고한 사례가 지금까지 1천400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백신 때문에 숨졌다고 인과성이 인정된 건 두 건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병일 기자입니다.

<기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제대한 뒤 취업 준비 중이던 장준하 씨.

지금은 혼자 힘으로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습니다.

[장준하/백신 접종 후 뇌출혈 : 위를 보면 어지러워요. (어지러워요?) 네.]

그의 운명이 뒤바뀐 건 지난해 10월, 백신 2차 접종을 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최정호/어머니 : (당시에) 아들이 구토하고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을… 일어설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뇌출혈이었습니다.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겨 응급 뇌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예전의 모습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최정호/어머니 : 너무나 건강했던 아이였기 때문에 백신 뿐이 원인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해보상 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4-2.

즉,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준하/백신 접종 후 뇌출혈 : (어떤 생각이 들어요?) 그냥 억울하다는 생각.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것과, 제대로 못 걷는 것.]

준하 씨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조차도 정부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박정현/○○대 병원 신경외과 교수 : 저는 사실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피 검사 결과 죽 다 해보고 다른 검사를 해봤을 때도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집배원을 하는 공정희 씨.

그녀의 아들 역시 집배원인데, 지난해 8월 백신 2차 접종을 한 뒤 사흘 만에 숨졌습니다.

[공정희/어머니 : 방문을 열어보니까 애가 이러고 있는 거예요. 119 빨리 불러. 애 아빠 부르고 씻다 말고 나오고 전 기절 상태고.]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고 집배원이 되기 전 태권도 사범까지 했던 건강한 아들.

부검 결과도 유력한 사인으로 백신을 지목했습니다.

[공정희/어머니 : 백신 접종으로 인하여 심근염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됨으로 나오고.]

그런데 석 달 뒤 통보받은 결과는 4-1.

자료가 충분치 않아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종희/아버지 : (국과수) 의사분들이 그렇게 결정을 내려줬는데 왜 질병청에서는 그걸 인정을 안 하느냐.]

지난 14일, 정부는 뒤늦게 심근염과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과성 심사 과정에 누가 참여하는지 어떤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는지 모두 비공개입니다.

[박형욱/단국대 의대 교수 : 그 가족들이 설득이 안 되는 거죠, 최종결정.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자세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정부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피해자 측이 인과성을 입증해야 해서 사실상 승소하기 어렵습니다.

[박호균/의료전문 변호사 : '증명 책임이 있는 곳이 패소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하기 어렵죠.]

그래서 최근 국회에서 백신 부작용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정부가 지도록 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있을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고,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인과성 심의와 관련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VJ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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