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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거리두기는 얼마나 과학적일까?

코로나 비하인드 7편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후 2년 동안 우리는 몇 번의 거리두기 조정을 겪었을까요? 정부에 자료를 요청해 받아보니 40회가 넘습니다. (같은 조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시차를 두고 적용된 것과, 같은 조치가 두세 차례 연장된 것들이 모두 개별 계산된 수치입니다.) 어느새 코로나와 함께 살기가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자료를 받고 나서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습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처음으로 1천 명 안팎의 확진자가 이어지던 2020년 12월 말이었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이 제한되거나, 일부 시설이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집합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그보다 전인 5월부터였습니다.

거리두기 내용이 조정되고, 또 체계가 개편될 때마다 논란은 늘 뒤따릅니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최대한의 감염 예방'과 '최소한의 재산 피해'는 공존이 쉽지 않습니다. 거리두기 조정을 앞두고 매번 '방역'과 '민생 경제'가 충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답 없는 객관식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지곤 합니다.

정부는 지난 18일 또 한 번의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3주짜리고, 사적 모임은 6명, 영업시간은 밤 10시로 제한됩니다. 인원 제한은 그대로 두고, 영업시간만 종전보다 1시간 늦췄습니다. 이 발표를 저는 카페에서 온라인 브리핑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성 두 명이 스마트폰에 '속보'로 뜬 뉴스를 보며 "내일부터는 6명이 10시까지 된대", "QR코드 안 해도 되네?"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취재 현장에선 "밤 12시 정도까지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소상공인의 아쉬움을 들었습니다.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에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정책 결정이 이렇게까지 개개인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드는 일이 이전에도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거리두기는 얼마나 과학적일까?

거리두기 조정 앞두고 벌어지는 일

거리두기 조정안은 주로 금요일에 발표됩니다. 보통 주기는 2주 또는 3주입니다. 확진자 추이, 위중증 및 사망자 추이, 의료 대응 역량, 여론 동향 등을 종합해 발표가 예정된 주의 수요일 정도부터 다음 거리두기 조정을 위한 의사 결정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정부가 공개 브리핑이나 공식 기자회견에선 논의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구하다 보니, 논의에 참여하는 인사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돌려 의중을 묻곤 합니다.

SBS 취재 결과 지난 수요일 중대본과 방대본의 비공개 회의에 상정된 '거리두기 조정안 초안'은 발표된 내용과는 좀 달랐습니다. 방향은 일단 거리두기 완화로 정해져 있었고, 사적 모임 인원은 8명까지 영업시간은 모든 시설에 대해 밤 10시까지로 늘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종전 거리두기를 연장하거나 혹은 강화하는 내용의 안건은 없었습니다.) 시행 기간은 두 가지 안이 올라왔는데, 당장 토요일(19일)부터 3월 13일까지 '3주+2일' 시행, 또 종전처럼 다음 주 월요일(21일)부터 3월 13일까지 '3주' 시행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이 안건은 다음 날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거쳤습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방역의료,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있고 각 분야별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분과별로 대면 또는 비대면 회의를 거친 후 모두가 모여 전체회의를 하는데, 이 회의는 주로 '평행선'을 달립니다. 방역 또는 의료 전문가들은 (당연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자영업단체, 경제단체 대표 등이 모여 있는 '경제민생 분과'는 (당연히)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최소화하는데 더 집중합니다.

최종 판단은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이 참여해 비공개로 열리는 방역전략회의입니다. 보통 목요일 늦은 오후에 시작되는데, 그전까지 각 분야를 거쳐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결정하고 이후 청와대 최종 보고가 이뤄지면 확정됩니다. 이제까지 취재를 한 경험에 비춰보면, 이 방역전략회의에서 이전까지 논의가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각 분야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된다면, 방역전략회의는 각 부처의 의견이 대립합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여기선 어쨌든 결론이 나야 한다는 겁니다. 복지부나 질병청 관계자들로부터 "기재부의 벽이 높다"는 말은 종종 듣곤 하는데, 그만큼 의견 차이가 크다는 뜻이겠죠. 결국 이 회의를 거쳐 청와대 결재가 이뤄진 최종안은 '8인·10시·3주'에서 '6인·10시·3주'로 수정됐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거리두기는 얼마나 과학적일까?

밤 9시와 밤 10시의 차이는?

거리두기 조정 관련 기사를 쓰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가장 많이 오는 질문이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거나 늘리는 게 무슨 근거에 의한 결정이냐'는 내용입니다. 저도 1년 넘게 코로나 취재를 하면서 정부에 많이 물었던 질문이긴 한데, 결론부터 말하면 독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과학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이 발표된 지난 금요일 오전, 질병관리청에 '이번 조정을 앞두고 '6인-9시', '6인-10시' '8인-10시' 등 각종 시나리오를 두고 시뮬레이션 한 확진자 추이 예측치를 질의했는데 "확인이 되면 알려주겠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날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 온라인 브리핑에서도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 확진자 증가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을 설명해달라'고 다시 질문했지만, "1-2주 간격으로 모델링을 분석하고 있다. 지금 예측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어서 바로 답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 (거리두기) 결정 내용과 관련된 예측은 아직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정의 '근거'를 물은 건데 '예측을 하고 있다'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이었습니다.

그 이전엔 어땠을까요? 지난 1월 14일, 설 연휴를 앞두고 '4인·9시'에서 '6인·9시'로 인원 제한만 완화된 거리두기 조정을 발표했었는데, 질병관리청은 거리두기 완화를 전제로 한 확진자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를 사전에 제공했습니다. 다만, 그 예측은 틀렸습니다.

1.14 '방역조치 연장 및 소상공인 지원관련 정부합동 브리핑' 자료

질병관리청은 당시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3배라는 가정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했을 경우 2월 말 확진자는 약 1~3만 명, 위중증은 최대 1천7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거리두기를 '4인·9시'에서 최대 '8인·10시'까지 완화했을 경우는 3월 말 확진자는 최대 3만 명까지, '4인·9시'를 유지했을 경우 약 1만 5천 명까지 예상했습니다. 이 예측도 결과적으론 틀렸습니다. 2월 중순인 현재 이미 확진자는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미크론 확산 속도나 감염 양상이 이렇게 예측불허다 보니, 정부도 공식 전망치를 발표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입니다.

1.14 '방역조치 연장 및 소상공인 지원관련 정부합동 브리핑' 자료

이번 거리두기 조정 전 밤 9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했을 당시엔, 복수의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결제량이 9시 반쯤 한 번 크게 오르고 11시 반쯤 또 크게 오르더라. 영업시간 제한을 9시로 해서 모임을 1차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하려는 것. 시간을 제한하고 인원 제한을 푸는 게 확진자가 절반 정도 덜 늘어난다는 결과가 있기도 하다."

앞서 보여드린 질병청의 분석 자료에도 "거리두기 조치는 시간 제한이 인원 제한보다 효과적"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1월 14일 당시 확진자(4천538명)보다 무려 24배 넘게 확진자가 증가한 2월 18일(10만 9천831명), 정부는 시간만 1시간 연장하는, 기존 분석과는 반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뒤바뀐 결정이 내려진 배경과 관련해 정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은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조정만 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분들께서 사적 모임보다도 영업시간 제한만이라도 꼭 좀 해제해달라, 철폐해달라는 그런 요청도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불가피하게 모든 시설에 대해서만 밤 10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게 된 것입니다." (2.18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자영업·소상공인단체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는 건데, 정작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거리두기와 상관없이 '24시간 영업'이라는 초강수는 접었지만, "1시간 연장은 무의미하다"며 촛불집회를 예고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거리두기는 얼마나 과학적일까?

애초부터 과학적이지 않았던 거리두기?

방역 전문가라고 해서 거리두기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닙니다. 전문가마다 의견은 서로 다르지만, 현재 정부 방식의 거리두기는 애초에 과학적이지 못하단 주장을 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18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이후, SBS 취재팀 질의에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는 "식당이나 카페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오미크론 확산을 억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 ▶관련 기사 : 확진자? 위중증? 거리두기 조정방안, '기준' 어디에 뒀나)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자문을 하는 민간 전문가 중에는 '거리두기를 완화 또는 강화한다고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아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거리두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정부의 완화 기조를 우려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전해질 정부의 메시지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며칠 새 몇만 명씩 늘어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하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이동을 최소화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거리두기는 완화하는 '모순'이 대중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오미크론 의료 대응 체계를 개편하며 대부분의 확진자를 일반환자군으로 분리해 건강 모니터링 없이 7일 간 격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을 때도, 정부는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거듭 설명했지만, 정작 새 체계 속에서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 많은 일반 환자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메시지와 대중의 수용성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겁니다. ( ▶관련 기사 : [코로나 비하인드] 우리는 코로나 '셀프 치료' 준비가 돼 있을까)

이번 거리두기 조정을 두고 일각에서 "정치 방역"이라는 해석을 내놓는 배경에도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메시지 속 대중이 느끼는 혼란이 깔려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오해한 "터무니없는 비판"이라고 반박하는 것만이 아닌 그 본질에 깔린 혼란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주면 좋겠습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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