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발열 내의 시험 1등 한 제품의 품번을 공개합니다

간단한 의문에서 시작한 취재였지만, 그 과정은 전혀 간단치 않았습니다. 이 취재파일에선 2분여의 짧은 뉴스 리포트에 담지 못했던 구체적인 시험 과정과 1등을 한 시험 대상 내복이 어떤 건지 정확한 모델명도 공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시청자들이 납득할만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 기준이 뭘지 고민했습니다.
유니클로를 포함, 내복 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발열 기능이 '흡습발열'입니다. 문제는 이 흡습발열 기능을 쓰지 않는 업체(무신사)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시청자들 입장에선 가장 많이 팔리는 내복의 기능이 궁금하겠죠. 판매량 순위로 업체를 선정하고, 가장 대중적인 흡습발열 기능으로 시험을 하기로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또 각 브랜드별로도 다양한 내복이 출시돼 있는데, 어떤 걸 시험할지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발열 내의 품번을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다행히 업체들은 "품질에 자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품번을 알려줬고 이 모델을 직접 구매해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했습니다.


일주일 뒤 결과를 받아보곤, 이번엔 브랜드 이름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여러 번 논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객관성이 보증된 시험이지만 예상치 못한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기사엔 유니클로 외에 국내 업체는 이니셜 처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출고 후 시청자 입장에선 불친절한 기사였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좋은 소재를 찾아 입고 싶어도 입을 수가 없고, 유추조차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취재파일을 통해 브랜드 이름과 품번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업체에는 동일하게 남성용 검은 색상을 기준으로 품번을 요청했고, 흡습발열 온도가 가장 높게 나왔던 순서로 기재했습니다.
　
이번 시험 측정은 발열 기능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내복을 구매할 땐 기능만 보는 건 아닙니다. 착용감이나 세탁 후 품질이 변화가 없는지도 구매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내복을 입히고 착용감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해볼지 고민했지만 주관적인 판단을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뒤 댓글을 살펴보니, 이 부분 때문에 국산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상당수였습니다. 국내 브랜드들도 꾸준히 제품 개발을 한다고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들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겠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보도 이후 이번 시험 결과에서 상위에 포진한 국내 업체들이 SBS 뉴스 내용을 오프라인 광고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보도의 순수성과 객관성을 흐릴 수 있어서 모두 거절했습니다. 홍보와 광고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좋은데도 '덜' 팔리는 이유를 이번 기사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통해 깨닫고, 국내 내복 업계가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