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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라로 꺼져"…한국이 더 친숙한데

<앵커>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어제(3일)부터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이 아이들이 겪는 차별과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배준우 기자가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인터뷰를 위해 엄마와 자리에 앉은 13살 몽골 소녀 리아. 

엄마의 한국어 실력은 더뎠고 리아는 훨씬 빨랐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즈음부터 리아는 엄마의 통역사가 됐습니다.

[리아 (가명, 13살) : 동생이 책상에 부딪혀 가지고 코가 코피가 되게 많이 났거든요.]

이렇게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일찍 철이 듭니다. 

엄마에게 차마 꺼내놓지 못한 얘기도 하나 둘 쌓여갑니다. 

[리아 (가명, 13살) : 한 아줌마가 외국인이면 '너네 나라로 꺼지라'고 (했어요). 엄마 아빠한테 말 못 했어요. 엄마 아빠가 상처받으니까.]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공부방.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어린 동생을 돌봅니다. 

따뜻한 어른들이, 든든한 친구들이 훨씬 더 많다고는 하지만 차별의 상처가 깊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 가지고 저희가 그냥 '안 돼' 이러면서 그러다가 (친구가) 자살 포기했어요.]
 
[1학년 때 너무 왕따를 당했어요. 맨날 친구들이 맨날 '너 외국애야' 하면서 놀리면서 때려요.]

이들에겐 한국어가 모국어고, 한국의 어딘가가 고향입니다. 

그저 다른 건 국적뿐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베트남으로, 몽골로, 또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면 더 큰 상처와 다른 차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시리아 국적 여성 : (시리아에 있는 가족들) 보고 싶지만 어려워요. 아빠하고 엄마 가족 다 진짜 보고 싶지만 아기들 때문에 못 가요.]

학교를 다니던 미등록 이주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혀 추방당하는 일이 10년 전만 해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2013년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추방을 유예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 딱 18살까지입니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 나는 문어 잠을 자는 문어 / 잠에 드는 순간 /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 문어의 꿈 (노래 : 안예은)]

(영상취재 : 김원배·이찬수,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엄소민·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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