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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두렵지만…" 가혹한 문턱에 구제 신청도 '언감생심'

<앵커>

지금 보신 미등록 이주민들의 자녀들은 꿈을 키워가야 할 청소년이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미래도 그릴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갈 수 없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때 꿈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이들을 끌어안을 방법은 없는지, 김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어날 때부터 한국 이름으로 불렸던 아이.

놀이동산 가는 게 마냥 좋았고, 또래 친구들과 다를 게 없는 줄 알았습니다.

철이 들 무렵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P 씨/베트남 국적, 19살 : 중학교 때 부모님이 너는 신분이 없고 그래서 최대한 투명 인간처럼 살라고 하셨어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지냈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았고,

[P 씨/베트남 국적, 19살 : 홈페이지 가입할 때 본인 명의로 가입해야 하는데 못하고. 봉사 시간도 못채우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무엇보다 졸업과 함께 추방될 일이 두려웠습니다.

[P 씨/베트남 국적, 19살 :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친구들이랑 이제 헤어지는 거잖아요. 한 달 정도는 계속 잠을 못 자고 밥도 안 먹고 그랬어요.]

부모님은 베트남으로 이미 떠났고, 이제 19살인 그녀는 동생 2명과 민간지원금 50만 원으로 한 달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해서 한시적 체류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허가 조건은 어떨까요?

국내 출생, 15년 이상 체류, 중고교 재학 또는 고교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이마저도 4년간만 시행되는 임시방편 제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아주 어린 나이에 온 아이는 안 되고 집안 형편이나 건강 문제로 잠시 학업을 쉬는 경우에도 안 됩니다.

[김 진/뉴질랜드 변호사 : 한 살 두 살 때 한국에 들어온 아이들은 빠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많은 국가에서 길어도 7년, 10년 이 정도로 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까다롭고 가혹한 조건에 시행 9개월간 구제를 신청한 건수는 불과 83건으로 확인됐습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2만 명 중 0.4% 수준입니다.

문턱이 높으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겁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는 4~10년의 거주 기간을 채우면 장기 체류 심사의 기회를 줍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 불법 체류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반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합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을 불편한 존재, 투명 인간으로 내버려 둘지,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 공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김학모·배문산,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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