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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신약 오락가락 보험 적용에 '분노'

<앵커>

암 환자들은 항암 신약에 큰 기대를 걸게 되죠. 완치를 기대하며 한 번에 수백만 원씩의 부담도 감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니 이런 비싼 신약에 병원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달랐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환자들을 더 화나게 했습니다.

박병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4살 주부 김예지 씨는 2018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 신약을 여러 차례 투약받은 끝에 암 덩어리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김예지 (가명) : 완전히 없어졌다고… 완전 관해됐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한 번 투약에 수백만 원씩, 모두 2천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김 씨가 투약받은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담도암 진단을 받은 72살 최미자 씨는 비슷한 항암 신약을 썼는데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서유진 (가명)/암 환자 딸 : 1회에 17만 원 정도 내고 있습니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1회에 580만 원이에요.]

누구는 보험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이유는 '신포괄수가제'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신포괄수가제는 질병에 따라 입원료, 약제비 등 기본 서비스는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건강보험에서 주는 포괄수가제와 의사의 수술이나 시술은 행위별로 심사를 거쳐 보험에서 지급해주는 행위별수가제를 합친 제도입니다.

과잉진료나 부실진료를 막기 위해 도입돼 98개 병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일부 시범 병원에서는 비싼 항암 신약을 써도 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찌 된 것일까.

고가의 항암 신약들은 원래 보험급여 심사 대상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실수로 일부 신약들이 이 심사 리스트에서 빠졌습니다.

그러자 일부 시범 병원들이 일반 약제비에 넣어 포괄수가로 보험 급여를 신청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걸러내지 못해 결국 암 환자는 5%만 내면 됐던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 (시범)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이 아닌 환자에게도 그런 고가 약재를 처방해 왔었고, 심평원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제도를 계속 운영해오다가….]

이러다 보니 일부 시범 병원으로 암 환자들이 몰렸고 또, 이 제도를 이용해 암 환자를 유치하는 시범 병원들까지 생겨났습니다.

신포괄수가제 시범 병원에서 항암제를 투약한 환자 수가 급증했고 보험 청구액도 그만큼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내년부터 시범 병원에서도 항암 신약 하나하나 심사해 보험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암 환자들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임미숙 (가명)/췌장암 환자 : (1회 투약에) 30만 원 돈을 내는데, 내년 1월부터는 보험이 안 된대요. 그러면 6~700만 원을 내야 한대요. 치료받기가 이제 어려워지는 거죠.]

국회에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정부는 입장을 다시 바꿨습니다.

[류근혁/보건복지부 2차관 : 5%의 본인 부담을 적용받아 치료받고 계신 분들은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 부담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쓰던 약에 내성이 생겨 바꿀 경우 보험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또다시 반발하는 상황.

결국 정부가 처음부터 신포괄수가제를 면밀하게 설계하지 못한 탓에 혼선과 오락가락 행정을 자초하고 암 환자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VJ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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