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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트위터로 한국 수능 생명과학 출제 오류 지적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하나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빙 석좌교수가 한국의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트위터로 지적했습니다.

프리처드 교수는 해당 문항에 대한 해설을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집단 유전학, 중대한 대학입학시험, 수학적 모순, 법원의 가처분명령 (흥미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조너던 프리처드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트윗

미국 학술원 회원인 프리차드 석좌교수는 수학적·통계학적 방법과 컴퓨터 알고리즘 등을 동원해 유전 변이와 진화를 연구해 왔으며, 2013년 미국유전학회의 에드워드 노비츠키 상(Edward Novitski Prize)을 수상했습니다.

프리처드 교수는 해당 문항을 한국 수험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입수한 후 본인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이를 풀어 보도록 했습니다.

프리처드 교수가 트위터로 공유한 해설은 이 연구실 소속 박사과정생 매튜 아기레(Matthew Aguirre) 연구원이 프리처드 교수로부터 문항을 받아서 작성한 것입니다.

아기레 연구원은 이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렵고 사실은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답은 낼 수 있으므로 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장을 정면으로 공박했습니다.

아기레 연구원은 "'모순 발견 전에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평가원이 특정한 접근법을 썼기 때문일 따름이라며, 또 다른 접근법을 택하면 답을 내 보기도 전에 모순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평가원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 '답 내기'→'검산'→'모순 발견'의 과정이 되므로 만약 응시자가 '답 내기'까지만 하고 검산을 하지 않으면 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기레 연구원이 소개한 '또 다른 접근법'으로 문제를 풀어 보면 미처 답을 내 보기도 전에 모순이 발견됩니다.

아기레 연구원은 "타당한 풀이가 있다고 말하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계속 외면해야만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수능 출제오류 논란 생명과학 문제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연합뉴스)

올해 11월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입니다.

이의 제기자들은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보고, 평가원에 정답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 학원 강사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고 정답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냈으며,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달 9일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정답 결정을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예토록 평가원에 명령했습니다.

평가원 관계자는 10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더라도, 정답을 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며 "과학은 수학과 달리 모형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학문인 만큼,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온다 할지라도 이 집단에 어떤 진화가 일어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건 본안 소송 1심 재판의 결과는 이달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될 예정입니다.

(사진=트위터 캡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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