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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삼성 · SK에 반도체 자료 달라고 한 미국, 왜 그런 걸까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9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저희 앞서 우리 워싱턴에서 김수형 특파원이 소식 전해오긴 했었는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자료를 제출해야 되는데 그 마감 기한이 오늘 오후 2시라고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반도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이 오후 2시입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9월에 반도체와 관련 업체들에게 공급망 설문조사에 응답하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어떤 질문들이 있는지 보면 생산 제품별로 최근 판매 실적이 어땠는지, 또 주요 거래처 3곳은 어디인지, 이곳들의 매출 비중까지도 물었습니다.

질의 항목만 무려 26개이고, 영업 비밀에 속하는 내용도 꽤 많죠.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해서 반도체 관련된 모든 기업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미국 상무부의 연방 관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미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회사 TSMC는 이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오늘 오전 중에 이것을 제출하면 오후에는 이 사이트에 반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 기자, 이 소식 접하면서 궁금한 점이 많아요. 일단 김 기자가 이야기한 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자료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객사 이름이나 매출 같은 것은 사실 절대 공대하지 않는 극비 정보에 해당됩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이것을 민간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를 간단하게 먼저 말씀드리면 미국이 반도체를 안보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경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첨단 방위체계에도 구멍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죠.

특히 바이든 정부가 취임 초에 반도체 등 4대 품목 공급망 조사를 했는데 미국 내 공급망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고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도체 공급 체인은 중국 비중이 높은데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이 요소 수입을 막으면서 지금 대란을 겪고 있죠.

미국도 이런 반도체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 반도체 기업들에게 이번에 이런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그러면 이런 민감한 정보들을 미국 기업도 아닌 우리나라 기업이 꼭 제출해야 되는 것입니까?

<기자>

사실 그래서 기업들이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이든 정부가 한발 물러서기는 했는데요, 기업들이 고객사 정보 같은 민감한 내용을 노출하는 대신에 자동차용, 아니면 휴대전화용 이렇게 산업별로 구분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요청을 했더니 여기에 수긍을 했습니다.

실제로 타이완의 TSMC 자료를 먼저 제출했다고 말씀드렸죠. 이 내용을 보면 그동안의 매출과 올해 예상 매출 등만 적어두고 나머지는 대부분 빈칸으로 남겨뒀습니다.

다만 제출은 했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요구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라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것을 참고해서 비슷한 수준의 내용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앵커>

일종의 약간은 조율된 내용으로 제출이 되는 것이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갔다고 치지만, 앞서 우리 김 기자가 설명해준 것처럼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해서 다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잖아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것을 요구할 텐데 어떻습니까, 전망이?

<기자>

이렇게 미중 경쟁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에 미국이 많을 것을 요구할 텐데요, 지난달에 바이든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중국을 빼고 동맹국만 불러 모아서 공급망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동맹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 편에 서야 한다" 이런 암묵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가운데서 난처한 상황이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의 3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이 되고, 미국 수출액은 여기에 7분의 1 수준밖에 안됩니다.

이 둘 다를 잃지 않을 방법을 정부와 우리 기업이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인데,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아직 우려가 되기는 합니다.

앞서 미국이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도 우리 정부는 "기업 자율성 등에 바탕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말을 해왔습니다.

산업부 장관이 오늘부터 미국 출장길에 올라서 상무부 장관 등과 회담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돌아올 때 제대로 된 선물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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