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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우울증 5년 새 2배…'묻지마 징병'의 비극

<앵커>

군대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병사가 5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렇게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뭐고, 군에서는 병사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우울증으로 넉 달간 진료받은 한 20대 청년이 자대 배치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 입대 전 아들이 걱정된 아버지는 입영 연기를 문의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고 한재산(가명) 이병 아버지 : '그 상태로 자대에 가면 괜찮겠냐? 병원을 데려가 보고 입대를 해도 안 되겠느냐?'고 병무청하고 통화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김대희/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면제는) 6개월 이상의 진료력, 한 달 이상의 입원력입니다. 부족하면 (현역)판정 내려오고.]

신병교육대에서 중증의 우울증 진단과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현역 부적합 심사나 귀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고 한재산(가명) 이병 아버지 : 스스로 군 생활 할 수 있다는 부분에 체크가 됐다는 이유로 계속 진행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의사가 왜 필요해요? 우울증 있는 아이가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있겠어요?]

자대 배치 후 간부들은 신교대 면담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고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신교대에서 우울증 진단이 나오면 도움 배려 병사로 선정해 특별관리해야 하지만 일반 병사와 같이 관리하다 비극을 맞았습니다.

[고 한재산(가명) 이병 아버지 : 수사 결과가 결론은 어떻게 났느냐, '군대 입대하기 전에 얘가 문제가 있었네요. 그러니까 우리는 책임 없습니다' 예요. 걔를 왜 데려가요. 그럼 문제가 있는 애를 왜 데려갔느냐.]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청년이 자대 배치 12일 만에 생을 마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병무청 1차 검사에서 정신과 문제가 의심되며 군 생활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차 심리 검사에서 복무 초기 관심과 배려가 주어지면 금세 적응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현역으로 입대했습니다.

[김정민/변호사 :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면 전문가의 집중 관찰이 필요한데, 여전히 아마추어들이 계속 그냥 '괜찮을 거야.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 거야, 뭐 어떻게 하겠어?'(라는 거죠.)]

결국 신병교육대 입소 후 두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우울증 약까지 처방받았지만 현역 부적합 심사나 귀가 조치는 없었습니다.

자대 배치 후 복무 적합도 검사에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정신과 진료도 의뢰하지 않았습니다.

[고 유안수(가명) 이병 어머니 :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애였지만, 나와서 얼마든지 치료도 하고, 알게 되면 그렇게 안 될 수도 있었잖아요. 군대 자체가 정말 걸러낼 애들을 못 걸러낸 거예요.]

군대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병사는 지난해 1만 8백 명으로 5년 새 두 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현행 병역판정검사 규정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군 면제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의 진료나 1개월 이상의 입원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징병검사로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청년들을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팀장(예비역 해병 대위) : (신검이) 9시에 병무청에 들어가서 검사를 하면 12시 전에 다 나오거든요. 건강상태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없이 그냥 외관상 문제가 없어 보이면 그 다음부터는 나 몰라라죠.]

또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역 징집 비율을 높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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