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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줄이겠다던 비정규직, 오히려 늘었다…왜?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9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김 기자, 이번 정부 들어서 비정규직을 좀 줄이겠다는 움직임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또 많이 늘었다면서요?

<기자>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숫자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806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이 중에서도 유독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높은 세대가 있습니다.

바로 60세 이상 노년층입니다. 정부는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규직이던 50대가 퇴직한 뒤에 단기 일자리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고령화의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그동안의 정부 정책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공공 일자리 사업을 만들었고, 여기에 고령층이 대거 채용이 됐죠.

올해 증가한 비정규직 64만 명 가운데 22만 8천 명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보건,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민간 분야의 고용률이 증가한 건 아니고 정부가 세금을 들여서 만들어놓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이런 이야기군요. 20대도 좀 걱정스럽습니다. 20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일을 하는 20대 중에 40%는 비정규직인데요, 10명 중에 4명꼴인 거죠. 20대는 취업하기 전에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기가 있죠.

그래서 이 때는 비정규직 비율이 원래 높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20대 비정규직은 32%뿐이었습니다.

다른 세대와 비교해 봐도 30대, 40대, 50대가 1~2% 포인트 늘어날 동안 20대만 7.8% 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20대 비정규직이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건 앞서 설명한 노년층과는 원인이 좀 다릅니다. 취업 준비생들을 받아줄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나빠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불안한 데다, 또 산업 환경도 무인화나 자동화, 재택근무 같이 이렇게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데, 반면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늘릴만한 정부의 유인책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대기업이 대규모 공채를 잇따라 폐지하고 수시 채용만 늘어나는 게 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민간 분야의 고용 상황은 여전히 굉장히 취업자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것 같네요. 비정규직, 정규직 이 차이가 항상 있잖아요. 그런데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설명대로 비정규직 근로자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처우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작년과 한 번 비교해보면, 사실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3.4% 증가해서 한 달 평균 176만 9천 원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당연히 정규직 임금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월평균 333만 원을 넘겼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 156만 7천 원 정도인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로 가장 크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상여금을 받는 비율도 원래도 정규직이 많았지만 이 격차 더 커지고 있고요.

또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는 유급휴일을 썼거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35% 정도이지만, 정규직은 83%, 그러니까 10명 중에 8명이 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 발표를 들어보면 정부는 항상 고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또 현실과 약간 온도차가 좀 있어 보여요, 항상.

<기자>

정부는 그동안 여러 번 고용이 회복됐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에 "고용이 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통계청 발표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이례적으로 별도 설명 자료까지 내면서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했지만 주요 근로여건 지표는 개선됐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등의 가입률이 상승했고,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응답자도 지난해보다 약간 증가했다. 이런 근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노동조건이 하락한 걸 내면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해외 상황과 한 번 비교해볼까요. OECD가 집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에서 우리나라는 2017년만 해도 전체 회원국 중에 8위였거든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2위를 차지해서 콜롬비아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가 됐습니다.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규제의 역설에 빠진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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