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등기부 모두 태워버린 북한…"새로 만들려면 3년 6개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등기부 모두 태워버린 북한…"새로 만들려면 3년 6개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작성 2021.10.27 09:1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최근 몇 주 간에 걸쳐 통일 이후 이뤄져야 할 북한 지역의 사유화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등기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토지, 주택에 대한 사유화가 이뤄지게 되면 등기제도가 필요하게 됩니다. 지금도 북한 내에서 사실상의 주택 사유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토지, 주택 소유자를 공시하고 소유관계의 변동을 나타내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필요합니다.

부동산 공시제도는 크게 지적제도와 등기제도 두 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지적제도란 토지의 지번과 지목, 면적, 경계 등의 사실관계를 등록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지적을 등록한 장부를 지적공부라고 하며 크게 토지대장과 지적도면으로 나뉩니다. 등기제도란 소유권 등 권리관계를 관리하는 제도인데 등기부라는 공적 문서에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를 기재하고 일반인이 언제라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등기부는 토지등기부와 건물등기부의 2종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부동산 공시제도는 1910년부터 1924년까지 일제가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을 추진해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을 작성하면서 마련됐습니다. 토지조사는 1910년 12월 시작해 1918년까지, 임야조사는 1924년까지 완료됐습니다.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으로 북한지역 지적도는 남한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지역이 축척 1,200분의 1로 작성됐습니다. 시가 지역은 600분의 1, 필지 면적이 큰 서북지방은 2,400분의 1로 지적도가 작성됐습니다.

안정식 취파용

북, 등기부는 소각 지적공부는 무효화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을 추진하면서 소유권을 표시했던 등기부는 모두 소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토지 소유권이 일제와 지주의 착취를 위해 이용됐다고 보는 데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농업집단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등기부가 일부 소각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관련 문서들이 상당 부분 소실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한에서 농업집단화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소유상황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사라진 셈입니다.

지적공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무효화됐습니다. 지적공부의 무효화로 토지에 지번이 없어져 북한 주소는 '평양시 낙랑구역 장벽2동 제73인민반 10층 1호'와 같은 식입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지적도가 계속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토지개혁이나 농업집단화를 할 때 기초자료로 삼았던 것이 지적공부였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등기부는 모두 소각했다고 하더라도 토지에 대한 측량 기록인 지적도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보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당시 지적도가 사회안전성(남한의 경찰)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든 해방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북한 지역의 토지 형태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통일 이후에는 북한 전역에 대한 측량을 통해 새로운 지적제도와 등기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안정식 취파용

북한에서도 부동산 관리는 이루어져

북한은 2009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부동산관리법'을 제정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조사와 등록, 이용 등에 있어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우도록 하고, 토지와 건물 면적, 뙈기밭과 나무 숫자를 조사하는 등 부동산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부동산을 이용하는 기관이나 기업소, 단체, 공민의 부동산 이용 상황을 엄격히 관리하고 사실 관계를 기록하도록 했으며, 건물과 시설물 등록대장에는 건물과 시설물의 사용자명과 이용면적 등을 정확히 기록하게 했습니다. 부동산관리법에 의해 북한 내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살림집(주택)의 경우에도 빠짐없이 등록해야 하는데, 살림집 관리기관은 살림집 등록대장을 갖추고 준공년도와 구조, 건평 등을 등록해야 합니다. 또 등록 내용이 변경되면 바뀐 내용도 등록해야 합니다.

'살림집법'에 따르면 해당 기관이 살림집 배정 신청자를 대장에 등록하고 살림집이 마련되는 데 따라 살림집을 보장해주도록 돼 있습니다. '부동산관리법'에서 건물 등록대장에 건물의 이용자명이 정확히 기록돼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살림집 이용자는 살림집 등록대장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주택 이용자는 이용권만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당국이 어떤 주택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 직후에는 일단 북한의 '등록' 시스템을 토대로 사유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측량을 통해 정확한 지적도면을 만들어가며 현대적인 등기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전역을 측량을 통해 지적제도와 등기제도를 새로 마련하려면 3년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습니다.  

[시리즈 이어보기]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사유화 :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재산을 갖게 된다면…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땅 분배받아도 먹고살기 힘든 시대…북한 지역 '토지 사유화'의 고민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동독 농민들이 개인소유보다 협동농장을 선호한 이유
▶ 평양에도 수억 원대 아파트…'입사증' 사고팔며 주택 매매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