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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도 수억 원대 아파트…'입사증' 사고팔며 주택 매매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평양에도 수억 원대 아파트…'입사증' 사고팔며 주택 매매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작성 2021.10.20 09:29 수정 2021.10.20 10: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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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은 북한의 주택 사유화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서 주택은 원칙적으로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국가가 개인에게 주택을 배정하면 이용권이 부여되고 아주 저렴한 정도의 주택사용료만 부과됩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는 실질적인 주택 사유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있습니다. 주택이 실질적으로 개인 소유화돼가고 있다는 뜻으로 입사증(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증서)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주택 매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는 수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하고, 돈 있는 사람들은 주택을 몇 채씩 장만해두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시장환율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현재 미화 1달러에 북한 돈 5,000원 수준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국가가 무상 분배하는 집이 있기는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과학자들이나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하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선전하는 새 집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는 돈을 주고 산 집들과 국가로부터 분배받은 집들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정식 취파용 / 평양시내
 

북한의 주택 사유화 방안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주택 사유화는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요.

중국의 경우 국가 소유 주택의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고 거주자에게 싼 가격으로 우선 매각하되 주택 구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도 국가 소유 주택을 거주자에게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습니다.

이런 전례로 보면 북한의 경우도 주택 임대료를 제대로 받거나 국가가 싼 가격으로 주택을 거주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북한의 현실에서 잘 작동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돈을 주고 입사증을 구매한 경우 해당 주민은 주택이 실질적인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국가가 임대료를 내라거나 싼 가격으로 다시 사라고 할 경우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주택을 분배받은 경우에도 공짜로 살던 집에 대해 국가가 임대료를 내라거나 돈을 내고 사라고 하면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북한 주택의 상당수는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고 그 가운데 일부는 주택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낡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주택을 사유화한다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라거나 돈을 내고 구매하라는 정책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북한의 주택 사유화는 현 거주자의 점유권을 인정해 소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택을 몇 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의 소유권을 다 인정해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소유권은 거주자에게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불평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불평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평양의 크고 좋은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주택 소유로 큰 재산을 갖게 되지만, 지방의 허름한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하게 된다고 해서 별다른 재산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기존 체제에 충성해 고급주택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기득권을 통일 이후에도 그대로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본질적인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 글(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사유화 :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재산을 갖게 된다면…)에서 기초자산이라는 개념으로 대안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기초자산' 수준을 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을 이를 초과하는 사람에게는 세금이나 다른 형태로 자산이나 수익을 환원 받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급주택 소유자가 주택 이외의 별다른 자산이 없을 경우 자산을 환원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정식 취파용 / 평양시내
 

고급주택 소유자의 부담 늘려야

따라서, 이런 고급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고급주택 소유에 따른 부담을 늘리고 재산가치를 상쇄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고급주택 소유자들은 그동안 좋은 집에 살면서도 각종 공과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왔습니다. 주택사용료와 수도세, 전기세 등 각종 공과금이 부과되긴 했지만 국정가격으로 부과됐기 때문에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이 고급주택에 살아 왔습니다. 이들에게 각종 공과금을 제대로 부과하고 주택의 규모에 따라 재산세도 적절히 부과한다면 주택 유지비가 늘어날 것이고 고급주택에 사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 북한 지역에서 신규 주택이 건설되게 되면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가치가 구 주택들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데, 고급주택 소유자에게는 신규주택에 접근할 기회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존에 지어진 북한 주택들은 아무리 고급이라 해도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부실 공사 등의 우려가 있어, 남한 건설사에 의한 신규 주택이 지어지면 외면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 새로 주택들이 건설됨에 따라 기존 주택들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규주택 분양이나 임대 배정에서 기존 고급주택 소유자들을 제외하거나 후순위로 돌리게 되면 고급주택 소유자들의 재산상의 혜택은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이 밖에도 북한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도심보다 외곽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하게 되면 구도심에 위치한 고급주택들의 재산가치는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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