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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키 줄이고 허리 굵게…'현실 마네킹' 등장한 이유

[친절한 경제] 키 줄이고 허리 굵게…'현실 마네킹' 등장한 이유

김혜민 기자 khm@sbs.co.kr

작성 2021.10.14 09:48 수정 2021.10.16 02: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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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14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요즘에 의류 매장에 마네킹 체형이 바뀌고 있다면요?

<기자>

일반 의류 매장 앞에 있는 여자 마네킹 있죠. 이거 키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되시나요?

<앵커>

글쎄요.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165에서 170 이 정도 되지 않을까요, 좀 커 보이니까.

<기자>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184센티미터이고요. 남자는 190센티미터나 됩니다. 굉장히 비현실적이죠.

주변에서 이 정도 키가 되는 사람 사실 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마네킹이 입었을 때 예뻤던 옷인데, 직접 입어보면 그래서 어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의류 매장 앞에 현실적인 마네킹이 나왔습니다. 지금 보이는 이 마네킹인데, 우리나라 25세에서 34세 사이 성인들의 키와 허리둘레를 평균 내서 이것과 똑같은 체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키가 더 작아졌고요. 허리둘레도 더 늘어났습니다. 남자는 키가 172센티미터에 허리둘레가 30.3인치고요. 여자는 160.9센티미터, 29.9인치입니다.

일반인 체형이랑 굉장히 흡사해서 이 마네킹을 보는 순간 우선 마음부터 편안해지고요. 옷의 핏이 실제 몸매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네요. 마네킹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이 마네킹 말고도 실제로 현실적인 치수로 제작해서 팔리고 있는 옷들도 있다면서요?

<기자>

청바지를 사면 매번 기장이 길어서 수선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 의류 업체는 여기에 착안을 했습니다.

남자 청바지의 바지 길이를 우리나라 성인들의 평균 키에 맞춰서 수선을 하지 않고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 겁니다. 이 청바지의 모델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형을 가진 개그맨입니다.

인기가 많아서 현재는 5차 리오더까지 했다고 하고요. 앞으로 이 업체가 청바지뿐만 아니라 니트나 코트 같은 여러 종류의 옷을 더 내놓을 거라고 합니다.

또 다른 업체는 전문 모델 대신 사내 직원이 옷을 직접 입어보고 현실감 있는 핏 정보를 제공했고요.

또 빅사이즈 체형의 소비자를 위해서 비슷한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광고를 하는 쇼핑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앵커>

저도 항상 바지를 사면 바지를 좀 잘라야 돼서 제 다리가 이렇게 짧은 건가, 항상 그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 저도 한번 입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사실 이런 움직임들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거라면서요?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보디 포지티브'라는 운동인데요, 우리나라 말로 바꿔 보면 '자기 몸 긍정주의'로 불립니다.

과거에는 날씬하고 마른 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었지만,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가꾸자는 의미입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보디 포지티브가 확산하면서 의류나 속옷 업계에도 디자인보다는 편안함과 건강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해외 유명 스포츠 의류 업체는 2019년부터 '플러스 사이즈', 즉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마네킹과 모델을 선보여 화제가 됐고요.

한 유명 속옷 업체는 비현실적인 몸매를 뽐내는 모델들을 패션쇼에 등장시키는 걸로 그동안 유명했는데요, 이 업체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다가 평범한 몸매의 모델을 내세우면서 획일적이고 비현실적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런 움직임이 최근에 나온 게 아니라 이미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나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래도 아직까지 얼굴 작고, 마르고, 크고 이런 외모에 대한 선호가 좀 많은 것 같은데 이게 SNS가 좀 이런 선호를 갖는 데 영향을 많이 끼친다면서요?

<기자>

저도 평소에 "살을 좀 빼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갖는데요, 특히 SNS에는 예쁘고 마른 몸매의 인플루언서들이 많은데 이런 사진들을 볼 때 더 자주 듭니다.

SNS가 외모에 대한 강박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걸 뒷받침하는 외신 보도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 젊은 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업체가 내부적으로 3년 동안 심층 조사를 벌였는데요, 10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특히 10대 여성청소년의 32%가 '몸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인스타그램이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답했고요.

또 일부는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섭식장애를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른 몸매에 대한 강박이나 스트레스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죠.

현실적인 마네킹의 출연은 작은 이벤트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서 이제는 옷에 몸을 맞추는 시대가 아닌, 몸에 맞는 옷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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