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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리유저블 컵' 대란…스타벅스 직원 "도망치고 싶었다"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4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에 스타벅스에서 무슨 행사를 하나 한 것 같던데, 보통 스타벅스에서 행사하면 화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논란이 됐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벤트만 하면 사람들이 항상 몰려서 "식상한 얘기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좀 심각해 보입니다. 이번에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가 문제였습니다.

'리유저블'은 영어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스타벅스가 이날 하루 동안만 매장에서 주문을 한 고객에게 이 컵에 음료를 제공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사재기 방지를 위해서 한 번에 최대 20잔까지만 주문할 수 있게 했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한때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애플리케이션에는 7천여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리면서 시스템이 마비됐고요. 일부 지점에서는 1시간 이상의 대기 줄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다가 예상하셨겠지만, 무료로 받은 이 리유저블 컵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한 개당 5천 원에서 1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결국에는 다시 거래되는 이런 현상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 아닌가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행사 이름만 보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행사 같은데,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스타벅스도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일회용품을 줄이겠다', 이런 취지라고 전달을 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제주도의 일부 지역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운영을 시작했고요. 앞으로 2025년까지 전 매장에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이 리유저블 컵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이 리유저블 컵도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런데도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집에 쌓아두고 쓰지 않는 텀블러나 컵 참 많은데요, 다회용 컵을 가져오면 음료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했다면 훨씬 친환경적이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국의 스타벅스는 최근까지도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는 비말 전파 우려 때문에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해왔습니다.

<앵커>

그러네요. 김 기자 말처럼 텀블러 가지고 오면 할인해주고 이런 행사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생각이 순간 들기도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사하면 너무나 손님들이 많이 몰리잖아요. 직원들이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자>

스타벅스 매장에 어마어마한 손님이 몰린만큼 직원들의 업무량도 많았겠죠. 리유저블 컵 행사 때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며 "오늘 직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어도 책임감 하나로 버텨줬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글이 도화선이 돼서 내일 모레인 6일부터는 직원들이 트럭 시위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고요. 현수막을 트럭에 부착하고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가 점포별 인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서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라는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아니, 진짜 얼마나 힘들었으면 직원들이 저렇게 단체행동까지 나설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하는 행사에 사람들이 관심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런 논란이 생기면서 이제 좀 스타벅스에 대한 이미지,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변할 것 같기도 해요.

<기자>

저도 사실 예전에는 누가 스타벅스 한정판 들고 다니면 좀 부럽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스타벅스 스티커만 붙이면 무엇이든 잘 팔린다는 말까지 나왔던 이유는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망 때문이었는데요, 이미지가 이제는 예전 같지는 않죠.

아직까지 스타벅스가 한정판 물건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사고는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먼저 마케팅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까 여기에 대한 피로도가 많이 쌓였고요.

리유저블 컵 사태로 불거진 '그린워싱', 또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까지 이런 비판과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과거와는 꽤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굿즈에 대한 고객들의 사랑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스타벅스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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