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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국민 · 국회에도 약속…그런데 없던 일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재작년 하반기부터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 방산업체들과 숱한 협의를 벌여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ADD는 첨단과 비닉(秘匿) 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일반 무기의 연구개발은 방산업체들에 이관해 ADD와 방산업체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작년 6월엔 국방장관 주재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돼 사실상 정책으로 확정됐습니다. 이른바 'ADD 재구조화' 개혁에 본격 돌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올여름부터 방사청이 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 "설명을 잘못했고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ADD 재구조화 개혁을 되돌려놓겠다는 것 같습니다. ADD 전임 소장은 1년 전 연구인력이 부족해서 첨단·비닉 연구개발하기에도 버겁다고 했는데, 방사청은 아랑곳 않고 ADD에 첨단·비닉 연구개발과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동시에 떠맡기겠다는 투입니다.

방사청은 딱 부러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방사청은 ADD 재구조화 개혁 방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국민에게 약속까지 했습니다. 국방장관의 육성 명령도 있었습니다. ADD 재구조화 개혁을 뒤집는 것은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장관에게 항명하는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국방과학의 첨병 ADD를 고사시키는 퇴행입니다.
 

국민에게 약속하고, 국회에 보고하고

ADD 개혁 방안이 명시된 작년 방사청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작년 10월 20일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 때 방사청과 ADD는 업무보고 자료에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명시했습니다. 방사청의 업무보고 자료는 '첨단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체계 개편'이라는 소제목을 내걸고 △ 첨단 기술 개발과 비닉·비익(非益)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ADD 재구조화 추진, △ 무기체계 연구개발 주관기관을 ADD에서 업체로 전환하고(8개 중 4개 사업), 업체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ADD 기술 지원 및 연구시설·장비 활용 방안 마련이라고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국민의 대표에게 ADD 재구조화 개혁을 고(告)한 것입니다. 국방위원들은 "말만 하지 말고 제발 실천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ADD와 방산업체의 업무 분담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마침내 방사청과 ADD가 그것을 하겠다고 하니 국방위원들은 반가움 반, 의심 반이었던 같습니다.

ADD 개혁 방안이 명시된 2020년 국방백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년 말 서욱 국방장관 명의로 발간된 국방백서는 "기관별 역할 분담을 통해 ADD는 미래 도전 국방기술 개발을 포함하여 미래 핵심·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에 집중할 것"이라고 적시했습니다. 기관별 역할 분담이란 ADD와 업체의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을 의미합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을 조정해서 ADD는 어려운 신기술의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개혁안을 국방백서에 간명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국방백서는 한해의 국방정책을 국민들에게 선포·약속하는 국방의 바이블입니다. 국방백서에 ADD의 재구조화, 즉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명기한 것은 방사청의 대국민 약속과 다름없습니다.
 

장관이 명령하고, 국회에 세부 계획 보고하고

작년 8월 ADD 창설 5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는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

ADD는 작년 8월 5일 창설 50주년을 맞았습니다. ADD 대전 본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축사를 통해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ADD의 재구조화를 반드시 완성해 세계 6위권의 국방과학기술력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을 통한 ADD 재구조화 개혁을 완수하라는 국방장관의 명령입니다. 방사청과 ADD는 수명(受命)했습니다.

방사청은 지난 4월과 5월 국회에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에 대한 세부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4월 보고에서는 주관기관을 조정하기로 한 4개 연구개발 사업의 총 사업비와 사업 일정을 세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업체 주관 연구개발 시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방사청은 사업비와 기간 분석을 통해 증가분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실천한 것입니다.

5월 국회 보고에서는 ADD의 기술을 방산업체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기술 자문, 기술 용역, 기술 이전의 형태로 ADD의 기술을 방산업체로 이전하겠다는 구체적 방법이 나왔습니다. 업체로 연구개발이 이전되는 4개 사업별로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여러 차례 기술 검토 회의를 거친 결과입니다.
 

국민 약속도, 장관 명령도 저버리나

ADD 대전 본원 전경

정리하면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이라는 ADD 개혁안은 방사청이 국방백서로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한 사안입니다. 장관이 방사청과 ADD에 명령했고, 방사청은 국회에 세부 계획까지 보고했습니다. 이에 앞서 방사청, ADD, 업체가 십수 차례 긴밀하게 협의했고, ADD 최고 책임자들은 방산업체를 찾아가 연구개발 참여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인력이 부족한 ADD로 하여금 첨단·비닉에 몰두하고, 그동안 기술적으로 성숙해진 방산업체들이 일반 무기체계를 개발함으로써 세계 2등이 아니라 세계 1등을 추구하는 국방과학의 일대 개혁은 불가역적 정책이 됐습니다. 그런데 방사청은 갑자기 여름부터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은 여전히 검토 중일 뿐 확정된 정책이 아니란 것입니다.

방사청은 "설명을 제대로 못 했다",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며 개혁의 후퇴를 꾀하고 있습니다. 과거 50년 그랬던 것처럼 ADD가 첨단·비닉·비익 기술과 일반 무기체계를 모두 함께 연구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방사청이 국민과 국회에 한 약속을 저버리고, 장관의 명령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역대 어느 정부에 이런 기관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사청과 ADD가 왜 이러는지 묵직한 진술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정권 말 돌연 후퇴 시도…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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