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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정권 말 돌연 후퇴 시도…갑자기 왜

[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정권 말 돌연 후퇴 시도…갑자기 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9.23 09:02 수정 2021.09.24 15: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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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정권 말 돌연 후퇴 시도…갑자기 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작년 6월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의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을 대거 방산업체에 넘기는 일대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ADD 재구조화'라고 불리는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입니다. ADD는 세계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첨단 기술과 기밀 중 기밀인 비닉(秘匿) 기술, 당장 이익은 안 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비익(非益) 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일반 무기의 연구개발은 업체에 맡겨 ADD와 방산업체의 경쟁력을 동시에 제고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방사청은 이를 "'똑똑한 2등 전략'에서 탈피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대단히 의욕적으로 추진됐습니다. 방사청과 ADD, 업체가 숱하게 협의했고, 방사청과 ADD의 책임자가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무기체계 의사결정 최고 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에도 보고됐습니다. 작년 말에는 ADD의 고위급들이 직접 업체를 방문해 일반 무기 개발사업 참여를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가역적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습니다. 업체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성숙도와 상승하는 개발 비용, 늘어나는 개발기간에 대한 우려는 국방과학 개혁에 대한 배반, 배신으로 치부했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갑자기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두 달 전부터 방사청의 고위, 핵심 당국자들이 입을 모아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은 결정된 적 없다"는 당혹스러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언론에 거듭 설명하고, 방위사업추진위까지 통과하고, 업체 참여까지 유도한 사안인데 결정된 일이 아니라니 참 당황스럽습니다.

작년에 어렵사리 기존 국방과학 정책의 기조를 180도 급변침한 개혁을 다시 거꾸로 180도 급변침하겠다는 뜻입니다. ADD가 예전처럼 일반 무기와 첨단, 비닉 기술을 모두 도맡아 똑똑한 2등에 안주하겠다는 고백입니다. 한마디로 ADD 개혁 안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권 말기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는 것이 상책인데 방사청이 왜 이런 과격한 행동을 하는지 방사청에 물었습니다. 방사청이 난감해하다 내놓은 대답은 "작년에 기자들에게 설명을 잘못했다",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로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방사청, 왜 이럴까요? 어떤 기관이나 개인들의 서푼짜리 이익을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재작년부터 진행된 치열한 토론들

ADD는 모든 국산 무기를 개발해왔습니다. 단독으로 하든, 업체를 데리고 하든 국산 무기 연구개발의 총책은 ADD였습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은 국방과학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입니다. ADD의 연구 부담이 과중하니 ADD는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첨단 기술과 북핵 제거 등에 초점이 맞춰진 최고 기밀의 비닉 기술 연구개발에 올인하고, 나머지 일반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은 업체에 맡긴다는 방안입니다.

방사청과 ADD, 업체가 치열하게 협의해 도출한 결과입니다. 작년 7월 2일 자 방사청의 입장자료에 따르면 재작년 9월부터 1개월간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과 ADD 연구계획부장 중심의 방사청·ADD TF를 운용했습니다. 작년 1월 TF의 책임자를 방사청 차장으로 승격한 뒤 5개월 더 가동했습니다. 이 기간 방사청과 ADD의 TF 회의는 10번 열렸습니다.

이와 별도로 재작년 9월부터 작년 4월까지 방사청, ADD, 방산업체 간 협의가 7차례 개최됐습니다. 종종 ADD 소장, 방사청 차장이 참석해 업체와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방사청은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입니다. 방사청과 ADD, 방산업체들이 이 정도로 머리를 맞댔으면 주관기관 조정 방안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랬던 방사청과 ADD가…

작년 6월 25일 연구개발 주관기관을 조정하는 ADD 개혁 방안을 설명하는 강은호 방사청장(당시 방사청 차장)
치열한 토론의 결과로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수립했으니 방사청과 ADD의 정책 추진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작년 6월 25일 국방부 기자단 브리핑에서 강은호 방사청장(당시 차장)은 "세계 6, 7위 군사력에 걸맞은 (국방과학의)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똑똑한 2등 전략'이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퍼스트 무버'로서 움직여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정말 어려운 기술에 (ADD의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은 업체로 넘기고, ADD 연구원들은 정말 어려운 핵심 기술, 원천기술에 투입하자는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6월 25일 연구개발 주관기관을 조정하는 ADD 개혁 방안을 설명하는 남세규 당시 ADD 소장
같은 자리에서 있던 남세규 당시 ADD 소장은 주관기관 조정에 대해 "저희가 먼저 제안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그걸(첨단·비닉 집중) 하기 위해서는 ADD 인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일반 무기체계는 과감하게 민간에 이양하기 위해서 작년부터 방산업체, 방사청하고 다 합의를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뒤인 작년 6월 26일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은 국방장관이 주재한 128회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됐습니다. 사실상 정책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ADD가 주관하는 연구개발사업 8가지 중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경어뢰 성능개량, 130mm 유도로켓,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4가지가 업체 주관으로 우선 조정된 것입니다.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ADD는 연구개발, 민간(방산업체)은 제조·양산이라는 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급변하는 안보 환경으로 ADD의 연구역량을 신기술·핵심기술 연구 및 비닉 사업에 집중하는 국방 R&D 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 현안이 되었다", "이와 같은 정책적 환경 변화로 주관기관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업체의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개발 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개별 사업별로 ADD와 기술협의(기술용역, 기술이전/지원 등), 사업(비용)분석 등 관계기관과의 후속 협의를 통해 증가 소요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개별 사업별 기술 협의와 사업 분석이 이뤄져 개발기간과 비용의 증가분을 최소화했습니다.
 

해 바뀌니 돌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ADD는 첨단·비닉 무기 연구개발에 전념해 북한은 물론 군사선진국들이 깜짝 놀랄 신무기를 개발하고, 방산업체들은 일반 무기를 양산해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청사진이 실현되는 줄 알았습니다.

업체 중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방산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가 주목받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남세규 당시 ADD 소장과 ADD 본부장급 인사가 작년 말 ㈜한화를 직접 방문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유도로켓 연구개발 참여를 종용했습니다. ADD 본부장급 인사는 박종승 현 소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올여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작년 6월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업체 주관 연구개발하기로 했던 무기체계들을 다시 ADD가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벌어진 일을 잘 알기에 믿기지 않아 방사청에 질의했더니 방사청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업체 주관 연구개발은 결정된 바 없다", "방위사업추진위 결과 보도자료에도 주관기관 조정 관련 내용이 없다"였습니다.

방사청은 128회 방위사업추진위가 열린 작년 6월 26일 오전,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설명하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것도 잊었던 것입니다. 방사청 측은 잠시 당황하더니 "사업 추진 방안이 결정된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설명 못 한 것 같다"고 군색하게 답변했습니다. 작년 6월 업체 주관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방사청은 이제 와서 "그때 기자들에게 설명을 잘못한 것 같다",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위사업추진위 결과를 믿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유도로켓 개발에 나선 ㈜한화 등 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반년 남짓 기간에 17번이나 방사청, ADD, 업체 간 협의가 있었고, 작년 7월 방사청 입장자료도 "ADD 주관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탐색개발에 성공하면 업체가 이를 이어받아 체계개발한다"로 돼 있습니다. ADD 1, 2인자가 ㈜한화를 방문해 체계개발에 참여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ADD가 다시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한화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습니다. ㈜한화 핵심 관계자는 "아직 공식 통보는 못 받았다", "정책이 몇 달 만에 갑자기 바뀌는 것인데 업체는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씁쓸해했습니다.

연구인력 없어서 도저히 첨단·비닉 연구개발 할 수 없다던 ADD는 무슨 수로 첨단·비닉과 일반 무기 연구개발을 동시에 한다는 것일까요? 첨단·비닉과 일반 무기의 연구개발을 모두 대충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연구개발 주관기관 조정 방안을 추진하며 공식적으로 했던 방사청과 ADD 수장의 발언들은 대국민 허언이었습니까?

어떤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앞만 보고 추진하던 정책을 혼란스러운 정권 말 대선 국면에 갑자기 180도 돌려 거꾸로 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상식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털어놓을 수 없는 모종의 이유가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일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방사청이 앞으로 어떤 말을 늘어놓을지 대충 짐작은 됩니다. 퍼즐이 좀 복잡한데 여기 취재파일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 [취재파일] '주관기관 조정' ADD 개혁, 국민 · 국회에도 약속…그런데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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