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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안 먹어서 15% 버려지는데 치솟는 우윳값, 대체 왜?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6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지난주인가요, 우윳값 오른다.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실제로 가격이 좀 올랐습니까?

<기자>

월급 빼고 요즘에 다 오른다. 이런 말이 정말 실감이 나고 있습니다.

우윳값은 2018년 이후로 최근까지 리터당 926원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낙농진흥회에서 리터당 947원으로 21원 올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먹거리 물가가 계속 오르는 걸 우려한 정부가 올해 말까지 6개월만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설득했는데, 낙농업계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원유를 팔고 있고요. 앞으로 우유업계가 우윳값을 인상하겠죠.

리터당 21원이면 원유 가격이 2.3% 정도 오른 거거든요. 그렇다고 소비자 우유 가격도 딱 그만큼만 오르지는 않습니다.

우유업계가 그동안 누적된 물류비나 인건비 상승분까지 고려해서 우윳값을 10% 안팎으로 인상할 거다, 이런 관측이 나옵니다.

게다가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빵과 같은 제품 가격까지도 함께 인상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조만간에 유제품 가격들 다 오르겠네요. 그런데 김 기자, 보면 수요가 줄면 공급도 줄고 같이 가격도 좀 떨어지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요즘 우유 많이 안 먹어서 소비가 줄면서 수요도 줄어서 가격도 좀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데, 통상적으로 생각하면. 그런데 왜 우윳값만 이렇게 오르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출산율 감소로 우유를 먹는 아이들 자체가 줄었습니다. 또 흰 우유도 요즘은 예전처럼 많이 먹지 않죠.

지난해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kg이었는데요, 1999년 이후로 가장 적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생산되는 우유는 15% 정도가 남아돌고요. 일부는 그냥 버려지고 일부는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판매가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원유 가격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굉장히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우유가 72.2% 인상된 지난 10년 동안, 그래프 보시는 것처럼 미국은 11.8%, 또 유럽은 19.6% 밖에 안 올랐습니다.

우유가 남아서 이렇게 버리는 지경이니까 이거 덜 생산하고 싸게 팔면 되지 않냐는 이런 의문이 당연히 들겠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독특한 원유 가격 결정 방식 때문에 이게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 독특한 원유 가격 결정 방식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기자>

'생산비 연동제'라는 것에 따라서 지금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데요, 2011년 구제역 파동이 있었거든요. 이때 낙농가들이 타격을 입으니까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서 2013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건 낙농가의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가격을 결정하도록 합니다. 수요 변화는 여기 반영이 안 되는 거죠.

여기에다가 원유 생산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도 있는데요, 원유가 과잉 생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 당시에 도입됐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만 올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국산 원유 가격이 수입산보다 크게 비싸질 수밖에 없고요, 또 그렇게 되면 국산 원유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서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통상적으로 수요,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하네요. 그런데 아까 설명해 준 것처럼 약간 개선해야 될 부분이 보이기는 해요.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정부가 정부 주도의 위원회를 최근에 꾸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는데요, 위원회는 제도 개선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생산비 연동제 대안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될 걸로 보입니다.

이건 뭐냐면요, 우유나 아이스크림, 또 치즈, 분유 등 용도별로 원유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쿼터제'도 개선될 걸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이 낙농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데요.

낙농업계에서는 "소비자 가격이 오른 것은 우유업계에서 유통 마진을 많이 붙였기 때문이고, 정작 원유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물가가 오르면서 사료 같은 소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오르고 있어서 업계도 힘든 상황"이라고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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