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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공모주 청약하면 무조건 돈 번다?…이제 옛말인 이유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김혜민 기자와 오늘(2일)도 함께하겠습니다. 일반인도 요즘에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공모주 청약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 게임업체가 공모 희망가를 낮추는 일이 벌어졌다고요?

<기자>

제가 공모주 관련해서는 이 코너에서 여러 번 소개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 하려고 했는데요, 사실 이번에 꼭 알아두셔야 할 소식이 있어서 갖고 나왔습니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라는 게임회사가 있습니다. 다음 달 초에 일반 청약을 받고 상장될 예정인데요, 상장을 할 때에는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요.

여기에 1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를 적어서 냅니다. 크래프톤은 처음에 45만 8천 원에서 55만 7천 원 사이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서 제동을 걸어왔는데요, "공모가 산정 기준을 더 명확하게 기재해주길 바란다"면서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공모가를 낮추라는 의도가 담겨 있는 걸로 볼 수 있는데요, 결국 어제 크래프톤이 공모가의 희망 범위를 40만 원에서 49만 8천 원으로 낮췄습니다. 비교해보면 한 5만 원 정도 내린 것이죠.

이 공모가 희망 범위를 낮추는 것은 사실 흔치 않은 일인데요, 그동안 다른 회사들은 공모가 희망 범위가 대부분 그대로 통과가 됐고요. 게다가 희망 범위 안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결국에는 공모가를 너무 높게 희망을 했기 때문에 금감원이 우회적으로 좀 낮춰라, 이렇게 이야기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높게 이야기한 것입니까?

<기자>

크래프톤이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가 기준 공모액, 국내 기업 공개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또 기업 가치를 약 35조 70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요, 실적에서 크래프톤을 앞서는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의 약 2배나 되는 금액입니다. 어느 정도 비교가 되시죠.

게다가 크래프톤은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이것을 비교할 대상으로 국내외 대형 게임회사 7곳과 글로벌 콘텐츠기업인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도 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기업은 영화·TV 업종과 음반 업종이잖아요, 게임업체인 크래프톤과 크게 관련성이 없죠.

그래서 금융가에서는 "크래프톤이 비교 대상으로 월트디즈니를 무리하게 넣어서 기업 가치와 공모가를 높인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나왔습니다.

결국 크래프톤은 적정 시가 총액을 약 29조 1천억 원으로 내렸고요, 비교 대상에는 국내 게임업체 4곳만 넣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앵커>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들어보면 무엇인가 좀 부풀려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네요. 그러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부풀려져 있는 회사에 일반인들이 막 투자를 하면 일반인들이 손해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금감원이 이렇게 약간 제동을 건 것인가요?

<기자>

딱 맞습니다. 그 부분인데요, 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이 돼 있으면 상장 후에 주가가 떨어져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가 있겠죠.

특히 이미 상장이 된 다른 공모주들의 성적도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이 됐던 공모주들의 현재 주가가 상장 첫날보다도 낮은 경우가 꽤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주가가 6만 2천400원이었거든요, 어제 종가는 5만 7천500원으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어제 주가가 15만 8천500원으로 마감됐는데요, 상장 첫날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공모주는 상장 첫날에 "따상, 따따상 할 거다"라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졌는데요, 이제는 이것도 많이 깨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공모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공모주에 청약할 수 있는 방법도 예전보다는 조금 쉬워졌다, 넓어졌다. 이렇게 되면서 많이 투자할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공모주 투자도 공부 많이 해야겠죠. 그렇죠?

<기자>

맞습니다. 제가 오늘 이 이야기를 가지고 나온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인데요, 최근 공모주 청약은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확대하면서 열풍이 더 거세졌습니다.

최소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균등 배분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목돈을 좀 마련해놓고, 증권사 계좌 개설하는 번거로움만 이겨내면 용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인식이 퍼졌습니다.

게다가 증권사 여러 곳에 한꺼번에 청약을 해서 주식 여러 개를 받는 중복 청약도 같이 금지돼야 하는데요, 시스템 마련에 시간이 걸리면서 아직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복 청약이 가능한 최근 6개월 동안은 공모주 청약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공모가를 높이면서 이제 따상, 따따상은 쉽게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중공업 등의 상장이 예정돼 있는데요, 공모주 청약은 묻지 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공모가와 기업 가치를 꼼꼼하게 비교하셔서 투자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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