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대선 출마 예고한 윤석열, '비판 · 의혹' 돌파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대선 출마 예고한 윤석열, '비판 · 의혹' 돌파할 수 있을까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을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지, 최근 제기된 '윤석열 X파일' 때문만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6월 둘째 주의 35.1%에서 6월 넷째 주 32.3%로 하락한 건 사실이다. X파일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세는 'X파일' 의혹 제기 전에도 확인됐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온 3월 34.4%를 보였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4월 32%, 5월 30.5%로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4월 15일 25%에서 5월 6일 22%, 6월 3일 21%로 추세적 하락을 보였다. 모두 'X파일' 의혹이 제기되기 전의 결과다.

물론,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 지지율 1,2위를 넉 달 째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경지지사 대 윤석열 전 총장의 1 대 1 구도가 사실상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최근 보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를 주목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한계가 지지율 하락의 이유가 되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전언에 기댄 소통의 부재, 특히 '왜'에 대한 설명이 없는 메시지의 불명확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4개월 간의 잠행...윤석열은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

3월 4일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 전 총장 스스로가 각계 전문가들과 접촉하며 '정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동안 없었다.

측근들과 대변인을 통한 여러 전언들이 나왔지만, 정치 참여 이유에 대해서는 6월 14일 대변인을 통해 "국민들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한 것이 유일하다. 검찰총장 사직 후 4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그리고 4개월 간 '정치 행보'를 보여 왔지만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 놓지 않은 채 '차차 보면 아실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명확치 않다. 대변인을 통해 나온 메시지 대로라면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이유는 '소명'이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으니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것인데, 만약 지지율이 하락하면 어떡할 것인가. 어느 정도로 국민들이 불러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이야기처럼, 윤 전 총장을 대선 주자로 만든 것의 90%는 현 정부다. 하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보낸다는 것과 그런 지지를 안고 정치 특히 대선에 나오겠다는 건 다른 문제다. 윤 전 총장은 4개월 간 '왜'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지지율'이라는 현상 만을 이야기 해왔다.
 

전직 검찰총장의 정치 직행…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외려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이유는 3월 4일, 검찰총장 사직의 변에서 찾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기자들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 '정의와 상식의 훼손'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 밖에서 즉, 정치를 통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때는 윤석열을 겨냥한 정부·여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중수청 설치 움직임이 가속화되던 시기로, 윤 전 총장의 사퇴는 이를 막기 위한 행동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시점상 윤 전 총장의 사직의 변은 '정치 참여'의 이유보다 '검찰총장 사퇴의 이유'로 좀 더 많이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검찰 직제 개편을 통한 수사권 박탈 혹은 제약을 위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윤 전 총장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됐던 중수청 설치 시도는 중단된 상태다. 무엇보다 지금은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나는 이유가 아닌 정치 참여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되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전직 검찰총장이 정치, 특히 대선이 직행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 국면에서 윤 전 총장 측에 섰던 검찰 구성원 중에서도 상당수는 윤 전 총장의 정치 직행에는 부정적이다. 윤 전 총장의 사례로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성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검찰 내 기류와 별개로 어느 자리보다 '정치적 중립'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찰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대선에 직행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은 논리(로고스)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설명(에토스)과 감성(파토스)으로 자신이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는 기존의 설명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X파일' 의혹,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이른바 'X파일'과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은 '왜'라는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혹 실체에 대한 답변보다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답변이 되어야 한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지적한다.

윤석열 X파일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말한 '윤석열 X파일'이나 해당 파일과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파일을 봤거나 내용을 들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새로운 의혹은 크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부인의 결혼 전 행적이나 윤 전 총장과의 결혼 과정 등에 대한 의혹 등이 X파일에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친문 강성 지지층 측에서 제기했던 내용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 될 것이 있으면 '윤석열 찍어내기' 국면에서 이미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법률적 관점에서의 분석일 뿐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낸다는 정치 세계, 내용보다 포장이나 인상이 더 중요하다는 정치판이다. 때문에 X파일과 관련된 관건은 의혹 실체에 대한 해명이 아닌 의혹에 기댄 검증 공세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전망한다. 한 야권 인사는 "문제는 의혹의 실체 검증이 아니라 해당 의혹을 해명하라는 질문 공세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체 검증이 불가능한 의혹들을 해명하라고 상대편에서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낼 텐데, 그것을 잘못 대처하다 보면 시간이 다 허비될 것"이라며, "지금 윤 전 총장 측 대처는 너무 아마추어적이다"고 평가했다.

이 야권 인사가 지적한 '대처'는 X파일 의혹이 제기된 후 침묵하거나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응했던 것을 가리킨다. 21일 윤 전 총장 측 대변인 명의로 나온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은 여러모로 의아했다. '가족 관련 의혹에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괴담 수준인 X파일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왜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왜'에 대한 설명은 빠져있었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어서 질문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앞선 야권 인사의 지적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의아한 대응이었다.

이랬던 윤 전 총장은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장모가 관여된 의혹이 있다는 노컷뉴스 보도가 나온 22일에야 X파일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하루 만의 입장 변화였다. 윤 전 총장은 "거리낄 것이 없다"며,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문건 작성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하지만, 왜 하루 전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윤 전 총장은 X파일 자체에 대한 질문과 함께 그 동안의 대응 방식에 대한 질문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좁은 인재풀, 내 편만 등용하는 인사…인사는 메시지라는데

'인사는 메시지다'는 오래된 격언이다. 메시지는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인사는 메시지다'는 말은 '인사는 소통이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이런 해석에 따를 때,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시부터 '인사 소통'의 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내 편만 너무 등용하는 것 아니냐, 사람을 등용하는 폭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비판이었다.

(참고 : [취재파일] 윤석열 호 첫 검찰 인사…여러 뒷말 나오는 까닭은 )

정치 선언을 앞둔 '정치인 윤석열'이 가장 먼저 문제를 노출한 것도 인사였다. '정치인 윤석열'의 1호 인사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에 대한 대변인 선임과 사퇴 과정은 윤 전 총장의 리더십 일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임 과정에서는 인재의 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 하차 과정에선 직장까지 그만두고 나온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모두 인사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이동훈 전 윤석열 측 대변인

29일,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은 '정치인 윤석열'로 이름표를 공식적으로 바꿔 달게 된다. 윤 전 총장은 비판과 의혹을 돌파할 수 있을까.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여부와 별개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찍어내기 국면'을 버텼다는 것과 함께 '날 것으로의 언어'로 맞섰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정치 행보 과정에서는 아리송한 말 투성이었고,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국민 절반 이상은 알아듣기 힘든 말까지 꺼냈다. 29일엔 달라질 것인가.

정치권에선 이번 주가 '정치인 윤석열'에게 운명의 1주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 전 총장은 비판과 의혹을 돌파할 수 있을까. 돌파에 실패해 윤 전 총장이 휘청한다면, 야권은 언제든 플랜 B를 꺼내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