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윤석열 호 첫 검찰 인사…여러 뒷말 나오는 까닭은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9.08.04 17:25 수정 2019.08.06 17: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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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진심인지 여부는 후속 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는 실체적인 '메시지'이기에 후속 인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이었는지, 정치적 레토릭이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진심은 인사를 통해 확인될 것"

법조계에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수사팀 인사에 관심이 쏠렸다.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하 환경부 사건)'을 수사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고, 서울남부지검은 현 정권 실세로 꼽혔던 손혜원 의원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해 기소했다. 특히, '환경부 사건' 주임 검사였던 주진우 동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통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검찰총장 취임 다음 날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에서 '환경부 사건'과 '손혜원 의원 사건'을 지휘했던 차장 검사 2명은 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검사와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 검사다.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4개의 재경지검(동·남·북·서) 5명의 차장검사 가운데 승진이 되지 않은 유이한 사람이 이들이다. 법조계에선 현 정권 관련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것이 인사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 "현 정권에 칼을 겨누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메시지"

그리고 지난달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던 권순철 차장검사는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 김범기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됐다. 사법연수원 25기로 내년에 검사장 승진을 바라보기 쉽지 않은 권 차장검사는 인사가 나자 "인사는 메시지다"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리고 사의를 표했다.

법조계의 관심을 끌었던 주진우 동부지검 형사6부장 검사는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주 부장검사의 인사에 대해 법조계는 좌천'성'이라는 해석을 달지도 않았다. '명백한 좌천 인사'라는 의미다. 전임자들이 요직이라는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대검 등으로 이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현 정권에 칼을 겨누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현 정권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당부한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범기 차장검사는 한직으로 평가되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전보됐다. 검찰 내부에선 자녀 채용과 관련된 뇌물 혐의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기소한 것이 그나마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더 한직으로 발령 났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검사들도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을 피력했던 김웅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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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인사 특혜 논란 안 나오게 해 달라"…'윤석열 사단' 대약진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취임 이후 있을 검찰 인사에 대해 당부했다. 여당 의원이, 그것도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인사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인사를 독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역대 검찰총장 후보자 중에 무슨 무슨 사단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후보자는 아마 윤석열 후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내부에 덕을 많이 쌓았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총장이 되시면 인사에도 관여하게 될 테니까 잡음이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인사를 독식했다라는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총장님께서 미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의 잡음이 안 나오게 준비를 해 주셔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략) 이른바 인사 특혜 논란, 이른바 코드인사 논란이 안 나오게 주의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이철희 의원, 7월 8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윤 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은 대약진했다. 윤석열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에서 2년간 손발을 맞췄던 1, 2, 3차장 검사는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특수1부장 검사와 특수 2부장 검사는 1, 2, 3차장에 승진 기용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차장으로 승진해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직행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 "이너서클에 끼지 못하면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것"

이와 함께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발표 이후 확인된 것만 27명이 사의를 표했다. 대개 사직을 하더라도 인사 발표 전에 하는 것이 검찰의 관례인데, 전례 없는 규모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년과 달리 한창 일할 연차인 중간 간부급에서, 괜찮은 보직 경로를 밟아왔거나 나쁘지 인사를 받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도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200명의 리더였지만, 2,000명의 리더가 되는 검찰총장이 되면 인사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지금껏 괜찮은 보직을 받아 왔더라도 이너서클, 소위 '윤석열 사단'에 끼지 못하면 앞으로는 비전이 없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사직하는 것 아니겠나. 조직이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검찰 간부 A 씨)

검찰 중간 간부의 대규모 사직으로 업무 공백까지 우려되자, 법무부는 지난 2일 부랴부랴 공백을 메우는 추가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인사 발표 후 사의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있어 후속 인사는 있어 왔지만, 26명 규모의 대규모 후속 인사가 진행된 건 이례적이다. 향후 추가로 사의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어, 땜질 식 인사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인사는 정말 아마추어적이다. 대게 좌천성, 질책성 인사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인사를 했다. 최소한의 눈치는 본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 정권 수사를 한 사람들은 명백한 좌천성 인사, '윤석열 사단'은 명백한 우대 인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검찰,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검찰이 가능하겠나. 중간 간부 수십 명이 인사 이후 옷을 벗은 건 거의 인사 참사 수준이다." (검찰 간부 B 씨)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