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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쿠팡 불매' 일파만파 번지는 이유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4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최근에 쿠팡 김범석 의장 때문에 쿠팡에서 탈퇴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요?

<기자>

쿠팡은 그동안 빠른 배송 때문에 이용자들이 매우 많았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탈퇴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쿠팡 회원에서 탈퇴하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이걸 인증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쿠팡에서는 최근 악재가 겹치고 있는데요, 덕평물류센터 화재부터 쿠팡이츠 갑질 논란, 그리고 욱일기 상품 판매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김범석 창업자가 나서서 해결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 법인 의장과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쿠팡 측은 "이미 화재 발생 17일 전에 사임을 한 거고, 법인등기가 완료돼서 공개된 날에 공교롭게 불이 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럼 김 기자, 이게 화재 때문이 아니라면 김범석 창업자가 이렇게 국내 임원 자리를 내놓는 이유는 뭔가요, 도대체?

<기자>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우선 쿠팡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이 아닌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올해 5월에 공정위에서 자산 규모가 커진 쿠팡을 '대규모 기업집단'에 포함을 했고요. 또 '동일인'으로 김범석 창업자가 아닌 법인 '쿠팡'을 자체를 지정했습니다.

공정위는 그 이유에 대해서 김범석 창업자가 미국 국적인 외국인이라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형사제재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비난 여론이 나오니까 공정위가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김범석 창업자가 이런 상황 변화에 미리 대비해서 한국에서의 지위를 내려놨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김 기자 방금 설명 듣다 보면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한 번 더 물어볼게요. 대규모 기업 집단과 동일인, 이게 개념 자체가 이해가 좀 쉽지 않아요. 쉽게 한 번 더 설명을 부탁 좀 드려볼게요.

<기자>

이걸 조금 쉽게 설명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는 걸 지정합니다.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 이 대상이고요.

그리고 이 대규모 기업집단을 대표하는 '동일인'도 함께 지정을 하는데요, 사업을 사실 상 지배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걸 예를 들어 보면 그룹 총수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대부분 법인이 아닌 사람으로 지정이 되는데요, 지정되면 배우자, 또 친인척 등과 거래를 할 때 이걸 공시를 해야 하고요. 또 지정 자료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여기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가 검찰에 고발되는 총수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동일인도 아닌 데다가 지금은 국내 지위도 다 내려놨기 때문에 이런 형사 제재를 모두 피해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리를 해 보면 김범수 창업자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쿠팡의 주인인데 여기에 대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나 책임질 일이 있을 때 그 책임에서 좀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그런데 쿠팡 사례처럼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이런 식으로 직위가 없는 경우들이 적잖이 있다면서요?

<기자>

한 연구소에서 국내 기업집단에 대해서 조사를 한번 해봤는데요, 60개 그룹 총수가 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건 23명뿐이었습니다. 10명 중에 4명밖에 안 되는 거죠.

대표이사 직책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총수가 구속 수감 중이라서 현실적으로 맡을 수 없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직위를 내려놓는 경우도 있지만, 미등기 상태에서 그림자 경영을 하는 총수도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총수인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그리고 정유경 총괄사장 모두 미등기 상태고요. 이랜드 박성수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등도 미등기 임원입니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그룹 총수로 지정은 됐지만,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타이틀은 없습니다.

미등기 임원은 등기 임원과 달리 이사회 참석 권한이 없어서 책임도 그만큼 작은데요,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면 등기임원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자본 시장을 통한 견제, 외부 투자자들의 견제도 함께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미등기임원 총수들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데요, 총수에 걸맞은 법적 책임을 지고, 급여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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