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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엔 위층부터, 현장에선 '아래층부터' 철거

계획서엔 위층부터, 현장에선 '아래층부터' 철거

한소희 기자 han@sbs.co.kr

작성 2021.06.10 20:12 수정 2021.06.10 22: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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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지금부터 집중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이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철거할 때는 반드시 해체계획서를 내야 합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에서 철거업체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장 위층에서 아래층 쪽으로 차례차례 철거하겠다고 계획서를 냈지만, 실제 작업은 그와 다르게 이뤄졌다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가 나기 전 철거 장면이 담긴 사진입니다.

건물 3층까지 쌓아 올린 흙더미 위에서 굴착기가 한창 작업 중인데 아래층부터 부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거업체가 광주 동구청 낸 해체계획서에는 정반대로 돼 있습니다.

흙을 쌓아 최상층인 5층부터 3층까지 중장비로 철거한 뒤 1층과 2층은 흙을 치운 뒤 철거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박종선/인근 철거업체 대표 : 이 건물을 여기를 건들 때 안 건드렸어야 해. (빨리 철거해서) 돈 아끼려다가.]

붕괴 전날 사진에는 3층부터 5층까지 상층부를 한꺼번에 부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광주 건물붕괴 현장
먼저 아래층 일부가 철거돼 구조가 약해진 건물이 상층부를 한꺼번에 허물자 그 충격으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한쪽으로 중심이 쏠려 붕괴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조현기/광주 동구 건축과장 : 동영상을 보거나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제출된 (해체) 계획대로 철거되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체는 저렇게 폐자재와 토사를 쌓고 그 위에 굴착기를 올려 공사를 진행했는데, 인근 주민들은 저층부부터 진행한 작업이 불안했다고 말합니다.

사고 당일 현장에 감리인력은 없었고, 이상 징후를 느낀 뒤에도 업체는 인도 통행만 막고 도로는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철거 작업 전에 건물 바로 앞 버스정류장만 옮겼어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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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광주에서 취재하고 있는 한소희 기자를 연결해서 보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한소희 기자, 5층 건물이 무너진 것이어서 현장을 다 정리하려면 앞으로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기자>

네, 지금 도로 위 잔해들은 모두 정리가 완료된 상태지만, 사고 붕괴현장에는 저렇게 흙더미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쌓여 엉켜 있습니다.

오늘(10일) 현장 감식과 함께 혹시 모를 추가 매몰자를 찾는 작업도 이어졌는데, 현재는 모두 종료된 상태입니다.

왕복 6차선 도로가 사고 직후에는 완전히 통제됐었는데, 현재는 사고현장과 맞닿아 있는 이 1개 차로를 빼고는 모두 통행이 재개된 상태입니다.

<앵커>

이번에 무너진 건물의 해체계획서를 저희가 입수했잖아요. 거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기자>

네, 저희가 입수한 25페이지짜리 해체계획서에는 구체적인 해체계획과 작업 방식이 적혀 있습니다.

일단 계획서에 따르면 3층까지 해체를 완료한 후 지상으로 장비를 옮겨 1, 2층 해체 작업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건물 측벽부터 철거 작업을 진행한다고 돼 있는데, 이 해체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또 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진행됐는지가 경찰 수사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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