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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반도체 대란 아시죠?' 신차 가뭄…우린 강국인데 왜?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요즘에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면서요?

<기자>

제가 어제 한 번 국산 차량 출고 상황을 봤거든요. 지금 주문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는 돼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이유는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수급이 안 되기 때문인데요, 반도체 수급 어려운 것은 해외나 우리나라나 상황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이 반도체를 대부분 수입해서 사용해왔는데, 최근에는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남아 있던 재고가 5월쯤 바닥이 났고요.

그래서 저번 달에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은 물론, 미국 공장까지 가동이 중단됐었습니다. 쌍용차 역시 공장 생산이 멈추기도 했고요.

다행히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져서 다시 일부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수급 불안이 아직 다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요. 또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반도체가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이 전기차시장도 더 커지면서 반도체 수급이 완전히 해결이 되려면 올해가 지나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가 지나야 된다, 그런데 왜 저희가 올해 들어서 차량용 반도체 굉장히 부족하다는 뉴스 많이 전해드렸었는데 대체 왜 이런 것입니까?

<기자>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는데요, 먼저 수요 예측부터 잘못됐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차량이 안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도체 주문을 줄였는데요, 그런데 예상보다 주문량이 많았던 것이죠.

또 자동차 수요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이거 1대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수백 개가 필요한데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2천 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또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와 독일, 일본 등에 있는 5개 회사가 전체 물량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공장들이 올해 초에 한파나 화재 등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요.

현재는 타이완의 TSMC가 이 회사들한테 주문을 받아서 차량용 반도체 한 70% 정도를 대신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역시 가뭄 때문에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습니다.

원래 차량용 반도체는 주문을 하면 물건을 받을 때까지 한 3∼4개월 정도가 걸리는데요, 지금은 이 기간이 최장 10개월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이 또 있어요. 우리나라 하면 반도체 강국이잖아요. 반도체 엄청 많이 생산하고 이러는 나라인데, 그럼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반도체 많이 만드는 나라니까 좀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아닌가요?

<기자>

사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2.3%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일본, 독일에 비해서 많이 취약한 상황인데요, 그럼 왜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를 그동안 생산하지 않고 있었을까요? 못 만든다기보다, 안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차량용 반도체 평균 판매 가격 1달러 정도고요. 차량 교체 주기 자체가 길죠.

그렇게 때문에 반도체도 한 번 만들면 10년 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합니다.

게다가 반도체에 불량이 있으면 이것은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량률 허용치 0%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국내 업체들은 이 차량용 반도체보다는 더 비싸고 교체 주기가 빠른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주로 생산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내구성이 뛰어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이번 자동차 반도체 대란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반도체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매우 낮았다, 이런 이야기군요. 이해가 쏙 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잖아요. 특히 전기차 이제 많이 생산할 텐데, 또 이런 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대책이 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반도체 회사 등이 함께 협력해서 먼저 반도체 팹리스 회사가 설계를 하고,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이 반도체를 제조합니다.

그리고 1차 부품사가 반도체를 탑재해서 부품을 만든 뒤에 현대차가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죠. 또 이 전체 과정을 정부가 지원하고요.

일본 수출 규제 기억하시나요? 그때도 일본 때문에 반도체 부품의 수급에 차질을 빚었는데 국산화를 추진해서 성공했죠. 그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또 한 가지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는데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에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도요타는 사실 대부분의 공장에서 정상 조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에 부품사 생산이 멈춘 사고를 겪고서는 부품 재고를 넉넉하게 갖춰놓는 조달 체계를 일찌감치 도입한 것입니다.

일본 회사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반도체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보이고요, 또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배울 점은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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