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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지고 찢어져도…"다시 일어나 일터로"

<앵커>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다 다친 사람은 지난 한 해에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하루 평균 300명 정도 되는데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이현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수술 환자들이 있는 산재 병원 입원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프신 건 어떠세요?]

이곳 환자 대부분 일터에서 다친 노동자들입니다.

[의료진 : 저희 목표는 걷는 거예요. 밖에서도 걷고. 그래야 집에도 가시고, 그다음에 일도 계속 하신다면서요. 택시 일 하실 거잖아요. 그렇죠?]

30년 베테랑 전기공인 강재만 씨는 고된 노동 속에 늘 무릎이 아팠지만 참았습니다.

[강재만/산재 환자 : 전선 같은 거 큰 거 메고 계단 같은 거 올라가고 배관작업하고, 그런 데에서 무릎을 많이 구부리고 장시간 동안 (있죠.) 어떡해요. 먹고 살아야 되는데.]

결국 양쪽 연골이 다 닳아 긴급 수술이 필요했는데 그나마 산재 신청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강재만/산재 환자 : 여기 올 생각을 못 했죠. 참 좋더라고요. 제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은.]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던 이 여성은 지난해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산재 환자 : 비닐 제조업체, 녹여서 가공해서 수출까지 되는 거거든요. 그거 하다 보니까 거기서 (기계에) 딸려 들어가서. 아주 그 생각이 떠오르면, 아주 무서워요.]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멈추지 않고 물집이 생겼다 터지길 반복해도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산재 환자 : (이젠 조금 자신감이 생기셨어요?) 조금요. 조금 생겼어요. 밖에도 혼자 나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좀 걸을 수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선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원종하 씨.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원종하/산재 환자 : 문제가 생기면 비상스위치를 눌러서 (기계를) 꺼야 되는데, 제품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기계에 들어간) 그 불순물을 꺼내려고 손이 딱 들어간 거예요.]

그를 다시 일으킨 건 '가족'이었습니다.

[원종하/산재 환자 : 처음에 다쳤을 때는 '아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야 되나' 그런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삶을 포기할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나의 목표는 다시 복귀를 해서 행복한 우리 가족을 데리고 여행도 다니고.]

최근 복직을 앞두고 의료진과 함께 사고가 났던 직장에도 다녀왔습니다.

[원종하/산재 환자 : 기계를 보면 옛날 생각이 나서 기절하거나 그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첫날 가서는 그렇게 큰 두려움이 없더라고요, 생각보다는. 이제 제 목표가 그거죠, 다시 원래대로 기계를 잡아서 한번 돌려보는.]

절망 속에서 다시 피워낸 삶의 의지는 이전보다 더 단단합니다.

[전아영/재활의학과 전문의 :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인간적으로도 참 대단하고?) 네. 사실은 그런 게 굉장히 많아요. 본인이 아픈 걸 여기 (가슴) 담고 사세요. '그 아픈 게 계속 같이 가도 내 할 일을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갖고 계셔서 제가 사실 환자 분들한테 배우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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