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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도 모른다…깜깜이 조사에 공개도 거부

<앵커>

이런 일이 일어난 뒤에 그걸 처리 과정도 다시 짚어봐야 합니다. 사고가 난 이유와 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까 피해자 가족들은 무슨 일이 대체 있었던 건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해서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 씨의 가족들은 언론 보도와 여론의 관심 속에 뒤늦게 사고의 진실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습니다.

[이은정/고 이선호 씨 누나 :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데 올라오는 기사들, 그런 기사를 보고 '아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됐구나…'.]

하지만 정석채 씨의 시간은 아버지가 숨진 2019년 10월에 멈춰 있습니다.

사고 발생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아버지 사망의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석채/고 정순규 씨 아들 :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상규명이라도 하고 싶고, 원인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죽음이 한낱 개인의 과실로 비춰진다는 현실이….]

정 씨 아버지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숨졌는데, 원청인 경동건설 측은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사고 원인을 설명해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정 씨는 노동부와 국토부, 경찰 등에 50여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정석채/고 정순규 씨 아들 : 할 수 있는 정부 기관들에는 다 (정보공개청구를) 넣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공개를 할 수가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도 있고, 영업비밀도 있고. 이건 법적으로 공개를 할 수가 없다고….]

1년여 만에 겨우 보게 된 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 보고서에도 진실은 없었습니다.

조작하고 은폐한 정황만 가득했습니다.

사고 직후 장비를 철거하는 등 현장 보존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아버지 글씨를 위조한 서류까지 나왔습니다.

[정석채/고 정순규 씨 아들 : 우리 아버지 죽음을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인가. 조사한 내용이라도 좀 알고 싶은 것뿐인데. 정부 기관도 유족 편이 아니구나 (했습니다.)]

게다가 사고 발생 경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사용자의 책임은 기술돼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재 보고서 700여 건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조사 기간은 대부분 사고 발생 이후 3일 정도에 불과하고 사용자가 사고 예방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등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뿐 아니라 사용자의 책임 여부도 정확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유족과 사업장 전체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손익찬/민변 노동자건강권팀장 : 유족분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상세한 원인입니다. 재해조사의견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에 관한 상세한 지침도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산재 예방과 감독, 처벌까지 산업 안전을 총괄하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이용한·양두원,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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