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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점검] ③ 여야(與野), 공동발의에서도 더 멀어졌다

[국회 점검] ③ 여야(與野), 공동발의에서도 더 멀어졌다
"헌정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여당의 탄생". 지난 해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다. 그리고 지난 해 6월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소집됐다. 21대 국회, 벌써 1년이다. 식물 국회로 불리며 국민의 실망을 부른 20대 국회를 뒤로하고 시작된 21대 국회다. 이번 국회의 정당과 의원들은 국민 기대에 부응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1대 국회 데이터를 기반으로 21대 국회 1년 차 활동을 점검했다. 국회 핵심 임무인 "입법"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국회의원은 "발의(의안을 제출)"하는 자다. 발의에 필요한 최소 의원수는 10명으로 공동발의가 필수적이다. <마부작침>은 21대 국회 1년 동안의 입법 데이터를 통해 "공동발의 네트워크"를 시각화했다. 21대 국회 개원부터 2021년 5월 15일까지의 법률안 발의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비교를 위해 19대, 20대 1년차 공동발의 데이터도 분석해 시각화 했다.

21대 국회 공동발의... 19대, 20대보다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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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시각화에 사용한 알고리즘은 forced-directed이다. 점 사이에 서로 밀어내는 힘을 부여하고, 점과 점 사이의 관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가까운 위치에 두도록 하는 방식이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관계망의 점(Node) 하나에 해당하고, 점 사이의 선(Edge)은 서로 공동발의를 했을 경우 연결시켰다. 선은 대표 발의자를 향해 뻗어 나간다. 공동발의 분석에 적용하면 법안을 함께 많이 발의하면 발의할수록 의원들 사이가 가깝게 위치하게 된다.

분석 결과 21대 국회는 법안 발의에서도 거대 두 정당으로 뭉쳤다. 다만 두 개 군집, 즉 거대 여당과 야당의 응집 정도가 더 강해졌다. 더 빽빽하게 모인 거다. 19대와, 20대를 동일하게 공동 발의 네트워크로 분석해 보니 21대 국회에서 두 군집 사이의 거리감이 가장 멀다. 거대 여야 의원들이 뒤섞여 함께 발의하는 경우가 줄었거나, 함께 발의한 법률안 안에서도 19대, 20대와 비교해 당적 비율이 균등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결과다.

민주당 2중대? NO!..."확실한 독자행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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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듈러리티(Modularity)를 계산해보면 모두 3개 집단이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과 유사 위치이나 특히 더 자주 공동발의를 하는, 제3의 군집이다. (모듈러리티(Modularity)는 끼리끼리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발견하는 과정인데, 나머지 네트워크보다 더 결합이 밀접하게 연결된 점들을 찾을 수 있다. )

제3의 군집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과 함께 제3 지대로 떨어져 나왔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교수는 "21대 국회 직전과 재보궐 선거를 통해서 벌어졌던 몇 가지 사건 등을 통해서 정의당이 굉장히 뚜렷한 방향 전환을 했다"며 "그것이 실제로 반영된 모습으로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차별금지법' 발의 등 가치 측면에서 정의당은 확실한 독자행보를 보였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정의당과 민주당이 가는 길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뚜렷해지는 정치 양극화…핵심은 중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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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는 우리나라 국회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상황인 걸까? 아니다. 위 자료는 미국 하원의 1949년부터 2012년까지의 공동 법안 발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60년 넘는 기간의 공동발의 네트워크를 비교해보면, 미국의 하원에서도 양극화의 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진다. 그런데 동시에 양단을 아우르면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속속 발견된다. 연구진은 중간에서 여야를 연결해 주는 초협력자(Super Cooperato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은 양극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원재 교수는 "균형을 맞춰서 대립하는 상태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정당이 고유의 정책적 입장이 있고 그거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는 거 자체는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당의 양극화로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유성진 교수는 "우리 국회가 굉장히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유권자는 양극화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유권자 집단을 반영해야하는 국회와 유권자 사이의 미스매치(부조화)가 존재한다"는 거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 역시 "(거대 여야) 이외의 이념성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관점이 고려되지 않은 법안안이 문제가 될 경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된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속에서 중개자나 중재자의 모습, 혹은 그러한 노력이 사라졌다고 평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협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유성진 교수는 이번 21대 국회가 긴 시간 동안 우리 국회가 만들어 온 협치의 관행을 깼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아직까지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국회 부의장을 정하지 않은 상황을 꼽았다.



공동발의 연결이 가장 많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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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뿐만 아니라 의원 개개인도 들여다봤다. 점(의원) 가운데 대표발의와 발의 참여 모두 합해 가장 많았던 이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총 298개의 선이 들어오고 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김진표 의원은 197명이 참여한 방통위 법안을 포함해 15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네트워크 중심에는 원내대표가 아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위치했다.

들어오는 선이 많은 의원, 즉 대표 발의를 했을 때 참여인원이 많았던 의원은 누구였을까? 5선의 김진표 의원이 가장 높았고, 뒤이어 5선의 설훈, 4선의 김태년, 3선의 한정애 의원이 위치했다. 해당 법률안에 대한 의원들의 동의뿐만 아니라 다선 의원의 영향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 실무를 책임지는 국회 내 보좌진들은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도 공동발의 과정의 숨겨진 요소라고 말한다.

공동발의로 많이 참여한, 즉 나가는 선이 많은 의원은 누구였을까? 상위 10명 중 모두가 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었는데, 가장 수치가 높았던 의원은 양정숙 의원(161건)이었고, 뒤이어 이규민(158건), 이용빈(155건)의원 순이었다.

핵심 의원과 연결된 의원이 더 핵심이다


단순히 선의 개수만 가지고 연결의 중심을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 분석 대상이 되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연결된 선도 많아지기에, 다른 네트워크와 비교할 때 정확하게 비교가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게 고유벡터 중심성 지표이다. 고유벡터 중심성 지표는 연결된 노드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판단해 그 가중치를 계산해 준다. 다른 여러 개의 평범한 의원들과 연결된 경우보다 많이 연결된 의원 하나와 연결된 경우를 더 높게 평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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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로 보면 연결된 선이 가장 많았던 김진표 의원 앞에 3명이 더 등장한다. 가장 고유벡터 중심성 지표가 높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었다. 뒤이어 초선인 이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4선의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수정)으로 조사됐다.

고유벡터 중심성보다 더 발전된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PageRank)로 살펴보겠다.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은 웹페이지 연결망에서 어떤 사이트가 더 중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고안된 알고리즘이다. 구글의 공동창립자 중 한명인 래리 페이지가 고안했고, 실제로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페이지랭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김진표 의원이 다시 1등으로 올라선다. 고유벡터 중심성 상위권이었던 의원들이 뒤를 잇고,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10위권 내에 간신히 포함된다. 페이지랭크 상위 10위권 내에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호 의원이 유일했다.

▶ [국회 점검] ① 21대 국회 여야(與野), 더 멀어졌다
▶ [국회 점검] ② 21대 국회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취재: 유덕기, 배여운,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수민,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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