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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유

[취재파일]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유

이현정 기자 aa@sbs.co.kr

작성 2021.04.24 08: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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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유

학대 발각 후 원장이 한 말 

원장 A씨-교사 B씨 통화내용 (검찰 수사기록 중)
 
지난해 12월 29일
- 나는 물 뿌리는 거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조사를 받게 되면 훈육 차원에서 행동을 했다고 해라.
- 그게 잘못한 건가? 분무기 목 뒤로 한번 뿌린 것 같은데.
- 난 평소에 CCTV를 돌려보는 것이 선생님들 인권을 침해하는 것 같아 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 물 뿌린 행위가 훈육이 아니라 장난이었다고 해야 한다.
- 그 아빠(피해아동 아빠)가 C 선생님(가해교사)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난 솔직히 그 사람이 C 선생님을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건 폭행이고 쌍방이니까. 그런데 경찰이 말려서 아쉬웠어.
- 선생님도 조사 가서 나에 대한 얘기를 해줘야 해. 교실에 와서 앉아도 있고, 모니터링도 했다고. 물어보지 않았다고 안 하면 안 되고, 원장선생님이 항상 교육도 했다고 해야 나도 산다고. 내가 선생님 도우는 것처럼.
- ㅇㅇ이 엄마가 CCTV 화면을 불법촬영 해 갔다.
- 기사에 댓글 단 사람들 다 캡처해. 다 처벌할 거야.
- 나 ㅇㅇ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 1도 없어. 이 엄마들이 육아 무식자들이라고.
- 엄마들이 29살, 31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 나이트 가면서 좋을 나이 아니냐. 애들 키우는 스트레스를 이런데 푸는 건가?
- 가서 최대한 잘못했다고 얘기를 해야 해. “아이들 분무기 뿌리는 장난 좋아하거든요” 라고 해야 하거든. “에이 물싸움 하지 말랬지”라고 말했다고 해. 어차피 CCTV는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
- 경찰에서 조사를 받기 전에 거울이랑 보고 표정 연습이랑 하고. 진짜 마음이 아프다고 해야 한다. 놀이처럼 했다고 해라. 놀이처럼? 좀 이상한가.
 
지난 1월 11일
- 나(A 원장)는 행정처분만 받으면 되는 입장이고, 직접 당사자도 아니며, 구청에서 월급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 어린이집 출근도 하기 싫은데도 선생님들을 챙겨주고 있다는 취지.
- 기존에 낸 사직서들의 문구를 ‘일신상의 이유’가 아니라 ‘행정처분 통보에 따라’로 바꾸면 나중에 복직을 할 수 있으니 내일 어린이집에 와서 바꿔 쓰라고 제안.
- 새로 채용할 보육교사들에 대해 상의하는 내용.
- 나는 C 선생님과 D 선생님이 조금 걱정이 돼. 왜냐면 내가 본 게 있잖아. 그 날(피해아동 부모가 경찰관과 처음 CCTV 열람한 날) 잠깐 CCTV 봤지. 그 때 C 선생님이 아이를 밀기만 한 게 아니라 당기기도 했잖아.
- 당겨서 이렇게 이렇게 선생님한테 당겼거든. 당겼다가 다시 밀었어. 너무 많이 과한 행동이었고.
- 생각해보니까 D 선생님이 애들을 지나가면서 툭툭 때리는게 있었어.
- D 선생님이 진짜 그런 행동들이 하면 안되는 행동들이었거든.
 
지난 1월 19일
- 내가 전에 ㅇㅇ 막 울리고 그런 것은 보고 그런 것을 같이 앉아서 보고 내가 옆에서 “그만해” 라고 말한 것은 기억이 나거든.
- 난 무슨 죄니, 내가 11월, 12월에 모니터링 하지 못한게 죄다.
 
원장 A씨-교사 C씨 통화내용 (검찰 수사기록 중)
 
지난해 12월 31일
- 경찰에 가서 CCTV를 함께 봤는데, 그렇게 심한 것도 없었고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보다 더 심한 경우에도 아동학대 무혐의가 난 사례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월 18일
- 아동들의 꿀밤을 몇 번 때리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행위를 한 게 살인, 강도, 절도한 것도 아니고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서 우리가 처벌을 중하게 받으면 그건 억울한 것이다.
 
원장 A씨-교사 D씨 통화내용 (검찰 수사기록 중)
 
지난 1월 20일
- 나도 사실 그런 자리에 있었던 적이 있잖아. “원장님 ㅇㅇ 좀 보세요” 그래가지고. “그만해”라고 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우리 ㅇㅇ 누가 그랬어 하고 그랬던 거라서.
- 근데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는 귀여웠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ㅇㅇ이가 장난감이었던 거고. 좋게 얘기하면 ㅇㅇ이가 예뻐 가지고 그래서 그런 건데. 엄마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아이가 울 때 슬프잖아.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거고. 그런 건 정서학대에 해당하는 거라고 ㅇㅇ엄마와 ㅇㅇ엄마가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맞다고, 죄송하다고.
 
 

사적인 통화내용을 공개한 이유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전 원장 A씨의 통화내용 일부다. 교사 6명 전원이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초유의 사건’은 지난해 12월 28일, 아이 몸의 상처와 이상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한 학부모가 CCTV 확인을 요구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일부 학대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셌고, 교사 6명 중 2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영상이 남아있는 직전 두 달 동안 총 263회 학대가 이뤄졌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수사기록 입수
지난 19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교사들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습적으로 학대하진 않았다”거나 “학대로 보는 건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원장 A씨는 “교사들의 학대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곳곳에 CCTV가 있고, 원장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고화질 화면을 볼 수 있다. A씨의 묵인 없이 교사 전원이 일상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할 수 있었단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A씨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학대 사실이 처음 발각된 뒤 교사들과 통화한 내용은 어린이집 원장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 많았다. 애초에 아이들을 보육할 자격이 없었던 것 아닌지, 학대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었다. 개인 간의 통화 내용이지만 보도를 한 이유다.

A씨에게 발언 배경을 물었다. A씨는 “그 무렵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자꾸 언론에 나와 힘들고 격앙된 상태였다. 교사들과 서로 처지를 토로하다보니 표현이 거칠어졌을 뿐 진심은 아니었다. 당연히 피해 부모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국공립 원장은 처벌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의 업무 환경도 아동학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 사건 교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아이들을 돌보기 힘들어서 원장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다”거나 “장애아동을 돌보는 전문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보육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교사들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원장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CCTV 화면으로 실시간 교실 상황을 관찰하고, 이상한 점을 확인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애초 경찰은 A씨에게 ‘아동복지법’ 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수사했다. 아동복지법 제74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제71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법리검토 끝에 A씨에게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인 A씨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과 달리 지자체에 고용된 신분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영업주’로 보기 어렵단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에서 국공립 원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검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 방조죄'를 적용했는데, A씨가 교사들의 학대를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7일 오후 3시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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