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없어서 못 팔던 마스크…'땡처리'로 몸살

<앵커>

지난해에는 마스크가 부족해서 긴 줄을 서도 구하기가 어려웠죠. 정부에서 마스크 제조를 독려하면서 그 뒤 업체가 10배 넘게 늘어났는데 이제는 마스크 재고가 너무 많아져서 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 사기도 벌어지고 있는데 박병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아산 방향의 도로입니다.

한 차선에 대형 트럭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당시 목격자 : 한 차선에 아침부터 밤새 계속 서 있더라고요. 수백 대가 가서 한 차선을 계속 막고….]

이들 트럭에 가득 실려 있는 건 마스크.

[마스크 유통업자 : 전국의 마스크 재고 물량들 웬만한 물량들은 다 모였다고 봐야죠.]

한 업체가 외국에서 수억 장에 달하는 마스크 주문을 받았다며 아산에 있는 창고로 마스크를 실어오면 현장에서 바로 결제해 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정 모 씨/마스크 제조업체 임원 : 국도 변에 창고로 못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는 차만 수십 대가 넘었고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마스크 업체는 당시 1천만 장을 싣고 갔다고 말합니다.

[정 모 씨/마스크 제조업체 임원 : KF94 마스크가 300만 장, 덴탈 마스크 같은 경우는 700만 장 갔습니다. 6~7억 원어치 정도 됐습니다.]

이날 전국 업체들이 줄줄이 싣고 간 마스크만 수억 장.

하지만 아무도 돈을 받지 못했고 몇 달 동안 창고에 쌓아뒀다가 다시 실어오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정 모 씨/마스크 제조업체 임원 : 공장들이 재고를 워낙 많이 갖고 있다 보니 물건을 넣어주면 현금 결제를 해주겠다는 말을 믿건 못 믿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137개였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지난달 기준 1,470개로 10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지난해 3월, 평균 4,525원까지 치솟았던 KF94 마스크 소비자 가격은 1년 만에 586원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장마다 재고가 쌓였고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도 속출했습니다.

[(이게 다 마스크예요?) 네. 몇천 만장 있죠. 여기도 마스크 저기도 다 마스크, 어휴….]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을 악용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지난해 말 19만 장을 주문받았습니다.

한 차례 거래했던 터라 믿고 보냈는데 마스크를 다른 곳에 팔아버리고 도주했다고 합니다.

[김 모 씨/A피해 업체 팀장 : 기사 분에게 전화해서 (배달한) 주소를 물어봤죠. 기사님이 가는 중에 전화가 와서 장소를 변경하더라.]

비슷한 피해를 본 업체는 확인된 곳만 7곳이 넘습니다.

[지 모 씨/B 피해 업체 대표 : 주당 한 30만 장 구매하겠다. 그러면 큰 손이잖아요. 그런 마음에 좀 많이 휘둘렸던 것 같아요]

마스크를 주문한 업체는 유령회사였습니다.

[김 모 씨/A 피해업체 팀장 : 동네 허름한 상가의 3층에 주소만 있는 실체가 없는 사업자인 거죠.]

업체마다 재고가 잔뜩 쌓이다 보니 외국에서 대량 주문을 받았다며 투자를 유도하거나 수수료를 받아 챙기려는 사기꾼들도 있습니다.

[제조업체 임원 : 100억 장, 200억 장은 양호한 거고, 6천억 장, 8천억 장을 (주문받았대요.) 이 산업계에 있으면서 이렇게 지저분한 사업군은 처음 봤어요.]

업체 간 과잉, 출혈 경쟁으로 줄도산이 우려되고 이를 악용한 각종 사기까지 판치는 현실.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VJ : 윤택)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